“사전에 회동 여부 몰랐다” 강조
CNN은 “트럼프 자승자박”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포함된 캠프 주요 인사들이 러시아 관계자들과 만난 ‘트럼프 타워 회동’에 대해 자신은 사전에 이를 전혀 몰랐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회동을 ‘상대방의 정보를 얻기 위한 만남’이라며 이는 합법적이고 정치권에서는 늘 일어나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트럼프 주니어는 앞서 이 모임이 미국에 입양된 러시아 아동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모임이었다고 밝힌 바 있어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 주장의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러시아스캔들과 아들의 연루 의혹을 차단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이 도리어 이 때문에 러시아스캔들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트럼프 타워 회동에 대해 “이건 상대방(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회동”이었다면서 “완전히 합법적이고 정치권에서는 늘 행해지던 일이고 나는 그것에 관해 몰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타워 회동은 2016년 6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선거대책본부장 폴 매너포트 등 캠프 핵심관계자들이 트럼프 타워 25층에서 여성 변호사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 구소련의 방첩요원 출신 로비스트 아므츠 케신 등 다수의 러시아 관계자를 만난 일이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은 이 회동에서 트럼프 후보 측과 러시아 측의 선거 개입 관련 공모가 있었는지를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트윗에서 “내가 나의 훌륭한 아들이 트럼프 타워에서 가진 회동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건 가짜 뉴스이고 완전히 조작된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트럼프 주니어가 이 회동 때문에 수사를 받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던 CNN은 즉각 이를 재반박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7월 뉴욕타임스에 보낸 성명에서 이 회동의 주된 목적이 미국 가정의 러시아 아동 입양 문제였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상대방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과 배치된다. CNN은 앞서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로 일했던 마이클 코언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 회동을 미리 알고 있었음을 암시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이 회동을 ‘몰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모순된다. CNN은 “트럼프 타워 회동을 설명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이 자승자박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트럼프 측근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 중 한 명인 제이 세큘로우 변호사는 이날 방송된 ABC의 ‘디스 위크’에서 “중요한 건 당시 만남의 불법성 여부”라면서 “선거운동에서 외국 에이전트들을 만나는 걸 금지하는 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미국 선거에서 외국의 도움을 받으려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