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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세법개정 무산에… 업계, 발포주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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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세법개정 무산에… 업계, 발포주로 승부

입력
2018.08.06 18:08
수정
2018.08.06 19:3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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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향상보다 저가 유사품 치중

1위 오비, 연말쯤 신제품 출시

하이트도 필라이트 생산량 4배로

롯데는 수입 확대 전략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 후레쉬. 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 후레쉬. 하이트진로 제공

“‘수입 맥주 4캔 만원’ 프레임에 갇혀, 국산 맥주에 불리한 과세 체계가 바뀌지 않게 됐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맥주 업체로선 품질 향상에 힘쓰기보다 발포주 같은 저가 유사 맥주나 해외 맥주 수입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달 말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맥주 종량세 전환 논의를 백지화하고 현행 과세체계를 유지하기로 하자 국내 맥주업계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수입 맥주에 비해 국산 맥주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공정한지 제대로 논의하기도 전에, 엉뚱하게 ‘4캔 만원 수입맥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면서 불평등한 주세법이 그대로 유지되게 됐기 때문이다.

종가세를 원칙으로 하는 현행 주세는 국산 맥주의 경우 제조원가에 이윤ㆍ판매관리비를 더한 출고가를 과세 기준으로 삼는 반면 수입 맥주는 관세를 포함한 수입신고가격이 과세 표준이다. 수입맥주의 경우 수입신고가격만 낮추면 세금을 적게 내 국산 맥주보다 가격경쟁력에서 앞선다. 이에 정부는 종가세 대신 중량이나 수량 기준의 종량세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수입맥주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 반발로 종량세 도입을 보류했다.

기대를 걸었던 주세 종량제 전환이 무산되자 국내 맥주업계 1위 업체인 오비맥주는 발포주(發泡酒)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주세법에서 저가 수입맥주에 맞서 가격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는 대항마는 발포주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6일 오비맥주 관계자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출시하기 위해 제품 개발 중”이라며 “제품명이나 특징, 가격 등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발포주는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의 함량 비율이 10% 미만인 유사 맥주로 기존 맥주와 맛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주세법상 ‘기타주류’로 분류돼 주세가 72%인 맥주와 달리 30%밖에 되지 않아 가격이 저렴하다.

발포주의 원조는 일본으로 장기 불황을 겪던 1990년대 중반 등장해 현재는 맥주와 거의 대등한 규모로 시장이 확대됐다. 국내에선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4월 출시한 필라이트가 첫 제품인데 ‘12캔(355㎖ 기준)에 1만원’이라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출시 1년 3개월 만에 3억캔이 팔려 나갔다. 업계는 필라이트가 기타주류로 분류된 덕에 하이트진로가 주세 부담을 1,000억원 가량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국내 공장에서 일본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자체브랜드(PB) 발포주 상품을 생산하고 있어 생산 능력은 이미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필라이트에 이어 올 4월 ‘필라이트 후레쉬’를 출시하고 여름 성수기를 맞아 생산량을 기존 대비 4배 이상 확대하는 등 부진한 하이트맥주 대신 발포주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롯데주류는 발포주 시장 진출이 무리라는 입장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당분간은 지난해 출시한 ‘피츠 수퍼클리어’ 마케팅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대신 ‘밀러’ ‘쿠어스’ ‘블루문’ 등 수입맥주 품목을 늘리는 방향으로 맥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수제맥주도 주세 개정이 보류되자 실망하고 있다. 수제맥주 업계 관계자는 “현행 맥주 과세체계가 바뀌지 않는다면 국내 대기업, 맥주 수입업체들 사이에서 수제맥주 산업이 성장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가격경쟁력이 아닌 맛과 품질로 호소하며 규모를 키워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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