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친미 콜롬비아 배후”
백악관 “美 개입 없었다” 일축
베네수엘라 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무인기) 폭발 공격’ 사건 발생 하루 만에 용의자 6명을 검거하는 등 발빠른 수사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명백한 마두로 대통령 암살 시도”, “친미 우익 콜롬비아 정부가 배후” 등과 같은 정부의 공식 발표와는 달리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하나도 내놓지 않고 있어 오히려 의문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네스토르 루이스 레베롤 베네수엘라 내무장관은 전날 발생한 드론 폭발 사건과 관련, “마두로 대통령을 암살하려 한 6명의 테러리스트와 암살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중 1명은 지난해 군 기지를 공격했던 인물이고, 또 다른 1명은 2014년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던 인물”이라고만 했을 뿐, 더 이상의 구체적인 정보는 언급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신원은 물론, 검거 과정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다만, ‘드론 공격’에 대해선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드론 2대에는 각각 1㎏의 폭발물이 탑재됐고, 폭발의 영향은 약 50m 거리까지 미쳤을 것”이라며 “1대는 보안요원들이 격추했고, 다른 1대는 인근 건물에 충돌한 뒤 폭발했다”고 말했다. “(드론이 아니라) 아파트 가스통이 폭발한 사건”이라는 소방관들의 증언을 전한 일부 외신 보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권 지도자들과 전문가들은 ‘대통령 암살 시도’였다는 정부 발표에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범야권 모임 ‘광역 전선’은 “우리는 합법적ㆍ민주적으로 정부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조직적인 인권침해와 억압의 강도를 높이는 데 마두로 정권이 이 사건을 이용할 가능성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자작극 공격일지 모른다”는 의심마저 나온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진실 규명’에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는 지적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수사가 필요한) 공격 현장에 특별한 보안 조치가 전혀 취해지지 않고 있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라틴아메리카워싱턴사무소의 베네수엘라 전문가인 게오프 램지 교수는 “이번 사건의 실체가 무엇이든, 최종 결과는 마두로가 이 사건을 반대파들에 대한 억압 강화를 정당화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사건과 관련,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의 개입은 없었다”고 밝혔다. 전날 마두로 대통령이 “초기 수사에서 콜롬비아 산토스 정권, 베네수엘라 망명자가 많이 거주하는 미국 플로리다 미국인들이 연계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당시에도 마두로 대통령은 별도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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