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출신 차카리안
마크롱 “불굴의 증인” 애도
/그림 1아르센 차카리안. AFP 연합뉴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점령에 저항한 프랑스의 외국인 레지스탕스 대원 중 마지막 생존자였던 아르센 차카리안이 별세했다고 AFP, dpa통신 등 외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101세.
차카리안의 유족은 그가 지난 4일 파리 교외의 비트리쉬르센 자택 인근에 있는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고 전했다. 1916년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가정에서 태어난 고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의 점령하에 있던 프랑스에서 아르메니아 출신 시인이자 동료 공산주의자였던 미식 마누치안이 이끈 외국인 레지스탕스 조직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마누치안과 레지스탕스 대원들은 1943년 프랑스에서 나치 독일군을 상대로 여러 차례 공격을 감행하는 등 영웅적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1944년 2월 23명의 대원이 체포돼 독일 군사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으면서 조직은 해체됐다. 차카리안은 당시 체포되지 않고 피신해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 레지스탕스 대원으로 활동했다. 신앙심이 독실했던 모친의 영향으로 목사가 되고자 했던 차카리안은 1937년 프랑스군에 징집됐으나 1940년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함락당하면서 제대하게 된다. 파리로 돌아온 그는 샹젤리제 거리를 점령한 독일군 탱크와 군대를 목격한 뒤 “애국심이 생겼고, 독일과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훗날 회고했다. 전후 차카리안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 제국이 자행한 아르메니아인 학살 사건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로 규정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프랑스 정부는 2012년 그에게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차카리안은 레지스탕스의 영웅이자 마지막까지 강한 목소리를 낸 불굴의 증인”이었다고 애도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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