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ㆍ中 주식 폭락 예상
투자자들 단기 차익 노려
中 기업에 역베팅도 8조원
“中 증시, 4개월 새 27% 하락”
트럼프 ‘미국 승리’ 자신감 보여
“진정한 ‘대박’ 투자기회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 긴장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점점 더 가속화할 것이다.”
다국적 자산운용사인 ‘아문디 파이오니어 인베스트먼트’의 매니저인 파레시 우파드야야는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랫동안 중국 위안화 거래를 담당했지만, 그는 단 한번도 ‘공매도’를 하지 않아 왔다. 하지만 몇 주 전부터 입장이 확 바뀌었다. 역외시장에서 맹렬하게 중국 위안화 공매도를 하고 있다. 공매도가 외환ㆍ주식 가격의 폭락이 예상될 때 단기 차익을 올리려는 대표적 투기 행태임을 감안하면, 우파드야야가 위안화 폭락을 확신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격화하면서 두 나라 모두가 피해자라는 게 일반적 예측이지만, 월가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 금융계에서는 종국적으로 중국의 패배에 ‘올 인’하는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우파드야야처럼 평소 조심스럽던 투자자들마저 투매에 나서면서 중국 위안화와 중국 증권시장의 주가는 속락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WSJ에 따르면 공매도 전문 투자업체인 ‘무디 워터스 리서치’나 ‘블루 오르카 캐피털’은 중국 증시 상장 종목을 팔아 치우는 내용의 투자 전략을 최근 발표했다. 글로벌 투자관리기업 ‘인베스코’ 등 자산운용사들도 위안화 하락 시의 매수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WSJ는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 중국 금융시장이 더 큰 타격을 입고 위안화와 중국 기업 주가가 하락할 것인 만큼 흔들리는 중국 금융시장에서 이익을 챙기려는 공매도나 역베팅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분석업체 ‘S3 파트너스’ 측은 “투자자들이 최근 중국과 홍콩 기업에 ‘역베팅’한 규모는 약 71억달러(약 8조 88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 증시는 최근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초 대비 17% 하락했고, 위안화도 달러 대비 5% 이상 하락했다. 이에 따라 2014년 일본을 앞서고 세계 2위에 올라섰던 중국 자본시장은 최근 다시 3위로 내려 앉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장주식의 시가총액 합계는 6조 900억달러(약 6,869조원)로, 일본(약 6조 1,700억달러)에 뒤졌다.
국제 금융시장이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고 있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치적 위신이 걸린 싸움인 만큼 중국은 미중 갈등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600억달러(약 67조 6,8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한 데 이어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등 관영언론도 “미국 자신도 고통받기 시작했다”면서 이번 무역 전쟁의 주된 피해자는 미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기선 제압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누구의 예상보다도 훨씬 잘 작동하고 있다”며 “중국 증시는 지난 네 달 동안 27% 빠졌고, 그들은 우리와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 간 물밑 협상이 진행 중임을 공식화하면서도 사실상 ‘미국의 승리’를 자신하는 발언인 셈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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