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대상 5척 중 하나인 샤이닝리치호
3일 평택항에 입항, 이튿날 중국으로 출항
당국 합동검색서 “특이점 없다” 결론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을 국내에 반입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외국 선박이 최근 국내에 다시 입항했다 세관 당국의 검색을 받은 뒤 유유히 출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억류 등의 조치 없이 해당 선박이 국내 항구를 드나든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국이 국제사회 대북 제재의 구멍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일본에서 철강 제품을 선적한 ‘샤이닝리치’호가 지난 3일 오전7시30분 평택항에 입항했다. 샤이닝리치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수입을 전면 금지한 북한산 석탄을 반입한 혐의로 세관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오른 외국 선박 5척 중 하나다. 5척 중 2척은 지난해 10월 러시아산으로 위장한 북한산 석탄 9,000여 톤을 인천ㆍ포항항에 하역한 화물선이다. 나머지 3척은 작년 11월 이후 러시아에서 선적한 북한산 추정 석탄 1만5,000톤을 동해ㆍ포항항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관은 평택항에 들어 온 샤이닝리치호에 대해 관계 기관과 합동으로 검색을 시행한 뒤 “특이점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작년 12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석탄의 불법 수출’ 등 제재 위반 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선박이 자국 항구에 입항했을 때 ‘나포, 검색, 억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샤이닝리치호를 억류하지 않았고, 결국 이 선박은 입항 이튿날인 4일 오후 2시 철강 제품을 싣고 중국 톈진으로 향했다.
이날 미국의 소리 방송(VOA)은 민간 선박정보 사이트 '마린트래픽'을 인용해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을 한국에 반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벨리즈 선적의 샤이닝리치호가 지난 2일부터 평택항에 머물다 한국 시간으로 4일 제3국을 향해 출항했다고 보도하면서, “한국 정부가 이 선박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됐지만 정부는 결국 억류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샤이닝리치호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선박으로, 혐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억류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며 “관계 기관과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을 적재한 이력이 있는 선박을 계속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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