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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창설 기념행사 연설할 때 ‘쾅’… 마두로 대통령은 무사

입력
2018.08.05 17:43
수정
2018.08.05 22:2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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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드론 폭탄’ 7명 부상

콜롬비아 정부와 연계 조직 지목

반대파 숙청 활용 가능성 우려도

4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행사에서 폭발음이 울리자 보디가드들이 니콜라스 마두로(왼쪽) 대통령에게 방탄 가림막을 씌어주고 있다. 카라카스=신화 AP 연합뉴스
4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행사에서 폭발음이 울리자 보디가드들이 니콜라스 마두로(왼쪽) 대통령에게 방탄 가림막을 씌어주고 있다. 카라카스=신화 AP 연합뉴스

“쾅! 쾅!”

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베네수엘라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행사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야외 연설을 하던 도중 굉음이 울려 퍼졌다. 마두로 대통령은 여러 차례 하늘을 올려다 봤고, 뒤에 있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는 놀란 듯 가슴에 손을 얹으며 몸을 움츠렸다. 생중계된 TV화면에는 대통령 내외뿐 아니라, 행사에 참석한 군인들이 무언가를 피해 도망치는 장면도 담겼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를 폭발물을 실은 드론을 이용한 대통령 암살 시도라고 발표했다. 지폐를 자루에 담아가야 쌀 1㎏을 겨우 살 수 있는 ‘슈퍼 인플레이션’ 이 일상화한 베네수엘라에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터진 것이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정보부 장관은 “이번 공격으로 7명이 부상을 당했다”며 “폭발물을 실은 드론 같은 장치가 공중에서 폭발하면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히 다친 곳이 없는 마두로 대통령은 소동이 일어난 지 2시간 후 대통령궁에서 “날아 다니는 물체가 내 부근에서 터졌다. 큰 폭발이었다. 그런데 몇 초 후에 두 번째 폭발이 있었다”며 “나는 살아 있고 승리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용의자 일부를 체포했다며 이번 사건의 배후로 친미 콜롬비아 우파 정부와 연계 된 베네수엘라 극우 세력을 지목했다. 이와 관련 반정부 성향의 한 무장단체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트위터에서 “C4폭탄을 실은 두 대의 드론을 날리는 게 원래 작전이었는데, 저격수가 이를 격추했다”며 “우리는 정부가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오늘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는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불신이 골이 깊은 베네수엘라인 만큼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쟁예방 비영리기구인 국제위기그룹의 베네수엘라 전문가 필 미스터는 “범죄의 98%가 처벌되지 않는 국가인데, 정부는 이런 사건은 몇 시간 내에 해결한다”며 “일단 결론을 내놓고 배후를 찾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진실이 무엇이건 간에, 살인적인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민심이 이탈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두로 정권이 독재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해당 사건을 활용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BBC의 남미 특파원인 케이티 왓슨은 “언론의 자유가 통제된 상황에서 진실에 다가서는 게 어렵다”며 “다만 많은 이들이 정부가 이 사건을 반대파 숙청을 정당화하는 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소방 당국의 엇갈린 진술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일부 소방관들은 “근처 아파트에서 발생한 단순 가스통 폭발 사건”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대법원에 헬리콥터 공격이 가해지는 일도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반정부 단체의 소행으로 결론 내렸지만 야권에서는 정부의 자작극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사건과 미국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볼턴 보좌관은 5일 폭스뉴스에 나와 “미 정부의 개입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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