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평택캠퍼스서 오찬 진행
‘정부가 삼성에 구애’ 비판 의식
당초 예상됐던 발표는 미뤄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삼성전자 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만나지만, 삼성의 투자ㆍ고용 확대 계획 발표는 그 이후로 미뤄졌다. 삼성은 김 부총리 방문에 맞춰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에 부응할 조처를 준비해 왔으나, 정치권 일각과 진보진영에서 제기된 ‘정부의 삼성 투자 구애’ 비판 여론에 대책 규모나 발표 시기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5일 기획재정부와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6일 오전 세계 최대 반도체공장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 반도체 사업에 대한 건의사항을 수렴하고 경영진과 오찬을 함께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 부총리를 영접한다. 지난달 말 유럽 출장을 떠난 이 회장은 김 부총리 등 기획재정부 일행을 맞기 위해 이날 귀국했다.
애초 재계에서는 지난해 6월 취임 뒤 처음 재계 1위 삼성을 찾는 김 부총리 방문에 맞춰 삼성의 대규모 투자 및 고용 확대 계획 발표를 예상했다. 앞서 김 부총리가 방문한 LG그룹은 올해 신산업 분야에 19조원, 현대자동차그룹은 5년간 23조원, 신세계그룹은 3년간 9조원, SK그룹은 3년간 80조원에 이르는 투자 및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밝혔다.
재계는 이들 기업의 투자 규모와 비교해 삼성은 3년간 최소 100조원 이상의 투자계획 등을 발표할 것이라 예상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인도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 부회장에게 “한국에서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만큼 삼성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국가 경제에 기여할 방안을 찾았다. 하지만 지난 3일 청와대가 ‘재벌에게 투자ㆍ고용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스텝이 꼬였다.
김 부총리도 입장문을 통해 “과거 방식으로 대기업에 의지해 투자나 고용을 늘리려는 의도나 계획이 전혀 없고, 대기업을 네 번 만났지만 투자나 고용 계획에 대해 간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평택캠퍼스를 찾지만, 삼성 입장에서는 미묘한 시기에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밝히기 어렵게 됐다.
예정된 오찬에서 이 부회장이 김 부총리에게 투자 계획 등에 대해 언급할 여지는 있다. 다만 비공개 행사인 데다, 양측 모두 공식 발표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은 발표 시기와 상관없이 그동안 준비한 투자 및 고용, 사회공헌사업 확대 등은 계속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발표 시기는 김 부총리 방문 일정과 시차를 두고 삼성전자가 별도로 공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내부에서는 ‘투자를 하고 고용을 늘려도 비판 받는 상황’이라는 하소연이 나온다”고 전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