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도 덩달아 늘어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주춤했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폭염보다 뜨거운 서울 부동산 열기에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좀처럼 월 1조원대를 벗어나지 못하던 주담대 증가액이 2조원대도 넘어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개 주요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총 389조3,92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387조3,628억원)보다 2조296억원 늘어난 수치다.
월 주담대 증가액이 2조원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 3월(전월 대비 2조4,985억원 증가) 이후 4개월만이다. 지난해 월 평균 2조2,000억원씩 늘었던 주담대는 정부가 지난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조인데 이어 올해 신(新)DTI와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까지 전방위 부동산 금융 규제를 시행하며 1조원대로 반토막이 났다.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3월에는 2조4,985억원으로 반짝 증가세를 보였지만, 다시 5월 1조원대로 떨어졌다.
주담대가 다시 상승한 것은 최근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면서 대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휴가철인 7,8월은 부동산 거래 비수기로 여겨졌다. 그러나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4% 증가하며, 지난 3월5일(0.29%)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율을 기록했다. 서울 매매거래지수도 25.4(지난달 30일 기준)를 기록해 역시 3월5일(30.5) 이후 가장 높았다.
아파트 매도자와 매수자 가운데 어느 쪽이 많은지를 나타내는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도 102.6을 기록, 3월26일 이후 처음으로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아졌다.
더구나 개인신용대출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1조1,982억원)으로 증가하면서 5개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부채 잔액은 전달보다 3조원 넘게 늘어난 547조7,372억원까지 치솟았다. 주담대가 막히자 신용대출로 대체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주담대와 개인신용대출 등 가계부채 증가는 최근 서울 지역 주택가격 상승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사업 악화로 생계자금 조달을 위한 대출이 늘어난 게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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