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몽헌 회장 15주기 참석
“북측도 관광 재개에 같은 생각
낙후된 시설들 보수할 필요성”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3일 금강산에서 열린 고(故) 정몽헌 전 회장 15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한 뒤, “올해 안에 금강산관광이 재개됐으면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으며 북측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쯤 북한으로 넘어가 금강산 추모식을 마치고 오후 4시반께 돌아왔다. 그는 강원 고성 동해선출입사무소로 입경한 뒤 남북경협 재개 전망을 묻는 기자들에게 “올해 안으로는 금강산관광이 재개됐으면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북측에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이번 방문은 추모식 자리였던 만큼 구체적인 사업 얘기는 하지 않았다”며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문에 (금강산 현지) 시설물 개보수를 많이 하고 있는데 낙후된 것들이 좀 있어 금강산관광을 하려면 보수할 것들이 있어 보였다”고 덧붙였다.
현 회장은 “몽헌 회장이 돌아가신 지 15년이 됐고,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제는 절망이 아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남북이 합심해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데 있어 우리 현대그룹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현 회장은 추모식을 마치고 북측의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만났다. 맹 부위원장은 현 회장에게 “금강산추모행사를 잘 진행하고 적극 협조하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뜻을 전했다. 이어 맹 부위원장은 아태평화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철 북한 통일선전부장이 “언제든 평양으로 오시라”는 초청을 뜻을 밝혔다고 현 회장에게 전했다.
다만 연내에 금강산관광이 재개될 지는 미지수다. 국제적으로 대북 제재가 유지되고 있어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국제제재의 틀 속에서 남북 경협 재개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의도 필요하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북측과 어떤 이야기가 오가든 현재까지 민간기업 차원에선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관광과 경협 문제는 남ㆍ북 정부 차원을 넘어 미국 등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얽혀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관광객이었던 박왕자씨 피살 사건으로 중단됐다. 현대그룹은 2003년 8월 정 전 회장이 사망한 후 매년 기일에 맞춰 금강산에서 추모식을 열었지만, 2016년 이후 남북관계 경색 등으로 추모식이 열리지 않았다. 고 정 회장의 금강산 추모 행사는 2015년 이후 3년 만에 재개된 것이며, 현 회장의 방북은 4년 만이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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