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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혼란’과 거리 먼 임태훈 소장의 이력

입력
2018.08.04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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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混亂). 뒤죽박죽이 되어 어지럽고 질서가 없다는 뜻이다. 흐릿하고 분별없는 상황을 묘사하는데 쓰인다. 이 ‘혼란’이라는 단어가 지난달 31일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문건 사건에 등장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관련 폭로에 앞장선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향해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자가 군 개혁을 주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임 소장은 ‘혼란’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이미 20여년 전에 ‘커밍아웃’을 통해 동성애자라는 성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이후 동성애자인권단체인 ‘친구사이’에서 인권운동을 시작해 ‘동성애자인권연대’ 창립 멤버로도 활동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을 위한 입법 활동과 함께 차별금지법의 근간인 차별금지사유 확장에 애썼다는 평가도 받는다.

군 관련 시민운동 역시 돋보인다. 2004년 군형법의 계간(鷄姦) 처벌 규정과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분류하는 징병검사 규칙에 저항, 양심적 병역 거부 선언을 했고 이에 따라 1년4개월을 복역했다. 출소 이후에는 군 인권 실태를 세상에 밝히기 위해 2009년 ‘군인권센터’를 설립했다. ‘제28사단 폭행사망 사건(윤 일병 사건)’의 진실과 ‘박찬주 대장 갑(甲)질’ ‘동성애자군인 색출 처벌 지시’ 등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그의 활동으로 모든 입대 신병들이 의무적으로 뇌수막염 예방 접종을 하게 됐고, 군 복무 중 학자금대출 이자가 면제됐다. 군인권 문제 개선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도 있게 됐다.

임 소장의 활동 이력만 놓고 보면 김 원내대표의 “군 개혁 주도 어불성설” 주장은 근거가 희박해 보인다. 성 정체성 문제 제기 역시 본질을 비껴가는 정치 공세로 비친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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