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회 요구하던 아버지는 경찰에 구속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사진에 먹물을 끼얹었다가 구속된 중국 여성이 정신병원에 강제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딸과의 면회를 요구하던 이 여성의 아버지도 경찰에 구속됐다.
중국 후난(湖南)성에 사는 탄광노동자 둥젠뱌오(董建彪)씨는 지난 1일 “딸이 이유 없이 정신병원에 수용돼 있다”면서 집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고 이 모습이 주변인에 의해 트위터와 유튜브에 투고됐다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3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재 상하이(上海)에 거주하는 둥젠뱌오씨의 딸 둥야오충(董瑤瓊)은 지난달 4일 상하이시내 한 대형빌딩 앞에서 “시진핑의 독재적이고 전제적인 폭정에 반대한다”면서 시 주석의 얼굴사진이 들어간 중국몽(中國夢) 선전포스터에 먹물을 끼얹는 모습을 스스로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둥젠뱌오씨의 성명에 따르면 둥야오충은 상하이에서 구속된 뒤 지난달 16일 후난성에 있는 정신병원에 수용됐다. 둥젠뱌오씨의 아내는 상황을 모른 채 딸의 입원에 동의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둥젠뱌오씨는 지난달 22일 딸을 만나러 병원에 갔지만 아무런 이유를 듣지 못한 채 면회를 거절당했고, 지난 1일 아침 일찍 성명을 인터넷에 올린 뒤 병원을 재차 방문해 면회를 요구하다 공공안전에 위해를 가한 혐의로 경찰당국에 구속됐다. 둥젠뱌오씨는 인터넷 성명에서 “딸이 정신병자라는 걸 믿을 수 없다”면서 “면회와 모든 진료기록 열람을 허용하고 딸을 집으로 데리고 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둥야오충은 시 주석의 얼굴사진에 먹물을 끼얹으면서 “시진핑의 독재와 폭정에 반대한다”고 외친 뒤 자신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정신적 억압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또 영상 말미에는 “시진핑, 여기서 나를 잡으러 오기를 기다리겠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 영상 투고를 계기로 광둥(廣東)성 등지에서 유사한 움직임이 확산되는 등 시진핑 체제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감이 일부 표면화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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