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 찾아 운동장, 주차장 등에 출몰
관련 사고 지난해 2,300여건…올해는 4,000건 육박 예상
호주 수도 캔버라가 굶주린 캥거루떼의 습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 등에 따르면 최근 도로, 학교 운동장, 주차장 등 도심 곳곳에서 캥거루가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호주 뉴스닷컴의 진저 고르만 기자는 “오후 9시쯤 캔버라 외곽에서 운전 중이었는데, 갑자기 20마리 정도 되는 캥거루떼가 도로로 뛰어 들어 놀랐다”고 전했고, 캔버라 애인슬리에 거주하는 피터 로빈슨은 페이스북에 “어느 날 캥거루가 앞 마당에 있어서 놀랐는데, 뒷마당에도 있더라”며 직접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6월에는 축구 경기 도중 캥거루가 난입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기 도중 관중석에 나타난 캥거루는 펜스를 훌쩍 넘어 운동장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등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캥거루들이 도심으로 몰려드는 건 춥고 건조한 겨울 날씨 탓에 먹이가 부족해진 데 따른 것이다. 호주수도특별자치구 공원보존서비스의 대니얼 이글레시아스는 “캔버라 지역의 캥거루에게 지금은 퍼펙트스톰(더할 수 없이 나쁜 상황)과 같다”며 “겨울은 계절 상 먹이가 없어 캥거루에게 힘든 시기인데, 올해는 가뜩이나 매우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는데, 서리가 내려 마른 풀마저 먹지 못하게 된 상태”라며 캥거루가 도심 지역에 출몰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문제는 캥거루의 잦은 출몰이 사고로 이어지고 있는 점이다. 지난해 로드킬 등 관련 사고는 2,291건이었는데 올 들어서는 현재까지만 총 2,634건이 발생했다. 대니얼 이글레시아스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4,000건 이상의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에는 쉐인 라텐버리 의원이 캔버라 인근에서 아침 조깅을 하다 캥거루의 습격을 받아 부상을 입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캔버라타임스는 “명백한 경고 사인”이라며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호주 캥거루는 2010년 2,700만 마리에서 급증해 2016년 기준 4,500만 마리에 이른다. 이는 호주 인구의 약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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