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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유혈 사태, 혼란 가중 짐바브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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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유혈 사태, 혼란 가중 짐바브웨

입력
2018.08.02 17:12
수정
2018.08.03 02: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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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가베 없는 첫 선거 치렀지만

선관위, 대선 당선자 발표 안 해

野 지지자 항의 시위... 3명 사망

군인들, 수도 통제ㆍ상점 철수 명령

37년간 형식적 선거 후폭풍인 듯

# 말리선 반군ㆍ테러단체 선거 방해

1일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야당 민주변혁운동(MDC)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에머슨 음난가그와 현 대통령의 상징물을 불태우고 있다. 하라레=EPA 연합뉴스
1일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야당 민주변혁운동(MDC)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에머슨 음난가그와 현 대통령의 상징물을 불태우고 있다. 하라레=EPA 연합뉴스

7월 30일 짐바브웨가 처음으로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가 없는 대통령 선거를 치른 후 3일이 지났지만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며 폭력 사태까지 벌어졌다. 1일(현지시간) 야권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부정선거와 개표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시위를 벌였고, 이를 군부대가 무력으로 제압하면서 3명이 숨졌다.

이날 짐바브웨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과 함께 진행된 의회 선거에서 여당인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은 140석, 제1야당인 민주변혁운동(MDC)은 58석을 차지했다고 발표하면서도 정작 대선 결과는 내놓지 않았다. 이에 MDC의 넬슨 차미사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확신하는 야권 지지자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면서 폭력 사태로 비화했다. 선관위는 대선 결과를 늦어도 4일까지는 발표해야 한다. 짐바브웨 군인들은 유혈 사태로 긴장이 고조되자 이튿날 수도 하라레의 거리를 통제하고 상점들에도 문을 닫으라고 명령했다.

짐바브웨의 혼란은 37년간 집권하며 형식적인 선거만을 치러 온 무가베 시대의 영향으로 해석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파견한 선거참관인단은 편향된 언론 보도와 선관위 행정의 미비, 정부에 대한 오랜 불신 등이 선거 후 폭력까지 이어졌다며 선거 결과를 즉각 발표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아프리카연합(AU),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 등은 선거 자체는 평화롭고 경쟁적으로 치러졌다고 평가했다.

말리 군인이 7월29일 수도 바마코에 있는 투표소 주위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말리 정부는 무장세력의 공격에 대비해 병력 3만명을 배치했다. 바마코=EPA 연합뉴스
말리 군인이 7월29일 수도 바마코에 있는 투표소 주위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말리 정부는 무장세력의 공격에 대비해 병력 3만명을 배치했다. 바마코=EPA 연합뉴스

아프리카에서 이런 상황은 짐바브웨뿐이 아니다. 짐바브웨보다 하루 앞선 29일 대선을 치른 말리에서는 북부 투아레그 반군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가 선거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의도로 투표소를 공격, 총 644개가 문을 닫았고 전체 투표소의 5분의 1이 선거 방해에 시달렸다. 10월 7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카메룬에서는 소수파 영어권(앵글로폰) 지역인 북서부주와 남서부주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가 분리주의 무장단체와 경찰의 충돌로 인해 내전 수준 갈등으로 번진 지 오래다.

이외에도 2017년 대선 불복 사태로 진통을 겪은 케냐를 포함,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프리카 국가 44개에서 치러진 100회 이상의 선거에서 대부분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나이지리아 이바단대학 평화전략연구소의 올루솔라 이솔라 선임연구원은 5월 미국 워싱턴의 우드로윌슨센터에 보낸 기고문에서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에서 선거가 집권당에 유리하게 치러지고, 표면상 선거를 치르더라도 정치권력이 세습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가베와 ZANU-PF가 오래 집권한 짐바브웨는 이런 평가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오랫동안 선거 부정이 만연해 왔고 집권당에 유리한 정치 문화가 정착했기 때문에 야권의 반발도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솔라 연구원은 여기에 더해 카메룬이나 나이지리아처럼 한 국가 내 종족적ㆍ종교적 정체성이 충돌할 경우 정치권이 이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벌이기 때문에 폭력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선거 기구의 투명한 운영과 국제사회의 감시, 분열적인 정치 문화의 개선 등을 과제로 꼽았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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