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 추도문 없어… 시민단체 반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東京都)지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간토(關東)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고이케 지사는 2일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도지사로서 모든 희생자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면서 “개별적인 형태로 (조선인 희생자에 대한) 추도문을 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간토지방에서 발생한 규모 7.9의 대형지진으로,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자경단과 경찰, 군인 등이 재일 조선인들을 학살했다.
일ㆍ조(日ㆍ朝)협회 등 일본 시민단체들은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식을 매년 9월 개최하고 있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등 전임 지사들은 매년 추도문을 보냈다.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에 적힌 희생자 수가 6,000명이라고 적힌 것을 두고 일본 내 우익들이 근거가 희박하다고 주장하자, 고이케 지사는 지난해부터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다.
일ㆍ조협회 측 아카이 히데오(赤石英夫)는 “지진에 의한 희생과 사람의 손에 학살된 죽음은 다르다”면서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것은) 배외주의와 헤이트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ㆍ혐오 발언)를 용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고이케 지사는 평화헌법(9조) 개정을 추진하는 보수단체 일본회의에서 활동한 극우 인사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발언은 물론 평창동계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으로 폄하하기도 했다. 도지사 취임 후에는 제2한국학교 부지 유상대여 방침을 백지화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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