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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의 어린이처럼] 굼벵이

입력
2018.08.02 18:1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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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밤하늘에는 안 보이던 별 하나가 보인다. 붉은 빛을 내는 별은 아주 크고 밝아서 몇 시경, 어느 방향이라고 꼭 집어 말하지 않아도 하늘만 올려다보면 단번에 찾을 수 있다. 보름 전 그 별을 처음 발견했을 때 인공위성 불빛과는 또 다른 크고 밝은 빛이 경이로웠다. 안 보이던 별이 보이니, 게다가 붉은 빛을 띠고 있으니 왠지 조금 두렵기도 했다.

화성이었다. 지구와 화성은 공전주기가 달라 2년 2개월마다 가까워지는데, 둘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지는 ‘대접근’이 대략 15년마다 일어난다고 한다. 지난 7월 31일이 바로 ‘화성대접근’일이었으니 마치 새로운 별처럼 눈에 띄었던 거다.

밤하늘은 늘 맑고도 슬픈 아름다움으로 깊은 위안을 준다. ‘밤하늘’을 ‘우주’라 부를 때 장엄한 아름다움은 시야를 확장시키고, 시선의 방향을 달리 두게 해서 인간 자신을 한낱 티끌로 돌아보게 한다. 멀리 하늘에서 볼 때 침낭에 들어가 몸을 말고 머리만 내놓고 있는 인간은 영락없는 굼벵이다.

이 시는 간디학교 연작시중 한 편이다. 시인은 오랜 기간 대안학교 교사로 일하며 시를 써 왔다. ‘놀아요 선생님’(이렇게 날씨 좋으니까 놀아요./비 오니까 놀아요./(눈 오면 말 안 해도 논다.)/쌤 멋지게 보이니까 놀아요./저번 시간에 공부 많이 했으니까 놀아요./기분 우울하니까 놀아요./에이, 그냥 놀아요.//나는 놀아요 선생님이다. - ‘놀아요’ 전문)이자 ‘방학시인’(개학 하면/학생들과 지지고 볶다가/일제고사 안 본다 교육청이랑/싸우기도 하다가…방학이 돼서야/밥 안 먹고, 한 줄 쓰고/잠 안 자고, 두 줄 쓰고/마음 놓고 끙끙댈 수 있는 - ‘방학시인’ 부분, 동시집 ‘벌에 쏘였다’ 중)이다. ‘놀아요 선생님’과 ‘방학시인’으로 몸을 바꾸며 탄생한 시들이다.

별에서 내려다보며 굼벵이를 발견한 눈은 한여름 밤 방충망에 달라붙은 곤충에게 가 닿는다. “우리 집 방충망에/달라붙은/매미, 풍뎅이, 태극나방, 사마귀야//안녕,/우리 집 이제/불 끈다.(‘불 끈다’ 전문)” 불빛으로 야행성 벌레를 유인하는 ‘해충 퇴치기’ 같은 건 차마 매달 수 없는 마음이겠다. 별에서 보면 내가 굼벵이인데 매미와 풍뎅이를 죽일 수야 없지. 안녕, 잘 자라, 내일 보자 인사할 뿐. 그 마음이 투명한 날개 달아주어 별에 다시 오를 뿐.

김유진 어린이문학평론가ㆍ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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