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투표 스타트업 ‘호라이즌 스테이트’ CEO 제이미 스켈라
블록체인 기반 투표 시스템을 만드는 호주 신생벤처기업(스타트업) ‘호라이즌 스테이트’(Horizon State)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이미 스켈라(38)는 정보기술(IT) 분야에 약 20년을 몸담은 정통 엔지니어다. 13살 때 처음 갖게 된 컴퓨터에 흠뻑 빠져들었다는 그는 본보 인터뷰에서 “어린 나이였지만 인터넷이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현할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데 매력을 느꼈다”며 “시민들의 사회 참여 기회, 민주적인 의사 표현의 장을 마련해 준 것”이라고 했다.
수년 전 블록체인을 처음 접했을 때 스켈라 CEO는 이 생소한 기술에서 인터넷만큼 큰 가능성을 엿봤다. 그는 “블록체인은 기업, 정부 등 중앙에 맡겨야 했던 관리 권한을 개개인에게 돌려줄 수 있는 혁명적인 기술”이라며 “지금 블록체인의 발전 단계는 인터넷 확산 초반이었던 1990년대와 비슷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법률, 헬스케어, 보험, 에너지, 음악, 부동산 등으로 활용 분야가 확대되면 인터넷만큼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그도 처음부터 블록체인을 정치 문제 해결에 활용하겠단 생각을 가진 건 아니었다. 우연히 정치 관련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애덤 재코비 마이보트 공동창업자와 만난 게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그는 “한 번 투표권을 행사하면 결과를 바꿀 수 없고,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다음 선거를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는 재코비의 문제의식에 공감했다”며 “마이보트가 ‘투표 과정의 민주화’라는 철학을 가진 곳이라면, 호라이즌 스테이트는 그 철학을 기술적으로 실현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시민들의 민주주의 참여를 돕는 게 자신의 역할이란 얘기다.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은 투표 방식에 있어서는 전자투표와 다르지 않다. 종이에 도장을 찍는 기존 방식 대신 스크린을 터치하거나 클릭하는 방식으로 한 표를 행사한다. 하지만 모든 투표 정보가 선거관리위원회 같은 특정 서버에 집중되는 전자투표와 달리 모든 참여자에게 분산ㆍ저장되는 방식이라, 데이터 훼손이나 조작이 불가능한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일단 도입되면 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도입 비용 자체가 높다는 게 걸림돌이다. 도입 비용을 댈 여력이 있는 선진국의 경우는 기존 투표 시스템도 충분히 안정적이라 도입의 필요성이 작다. 스켈라 CEO는 “IT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면서도 국가 규모가 크지 않아 도입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작은 나라부터 시작해 개발도상국, 선진국의 순서대로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이 도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보트를 통해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을 처음 선보인 지 이제 1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호라이즌 스테이트는 내년 국가 단위 선거가 예정된 유럽 2개국과 투표 시스템 공급을 논의 중이다. 스켈라 CEO는 “지난해 가상화폐 붐을 계기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며 “블록체인이 전도유망한 기술이며, 특히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란 사실을 알리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을 통해 정부나 정치인이 쥐고 있는 주권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멜버른=글ㆍ사진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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