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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대로에 폭행 당한 여성 영상이 프랑스의 공분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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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대로에 폭행 당한 여성 영상이 프랑스의 공분을 일으켰다

입력
2018.08.02 11:37
수정
2018.08.0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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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의회, ‘캣콜링 금지법’ 등 통과 

2017년 프랑스의 성폭력 반대 시위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7년 프랑스의 성폭력 반대 시위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7월 26일, 건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마리 라게르(22)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집 근처 거리를 걷고 있었다. 한 남성이 그를 향해 집요하게 말을 걸었다. 참다못한 라게르가 따지고 들자, 남성은 재떨이를 던지고, 라게르가 재떨이를 피하자 그에게 손찌검을 했다. 시간은 오후 6시30분, 해가 지기까지는 3시간이 남은 시점이었고 장소는 수많은 손님들이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던 노천카페 앞이었다.

라게르가 28일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폭행을 당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면서 프랑스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 이 사건은 전형적인 ‘캣콜링(길거리에서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는 행위)’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사건으로 더 주목을 받았다. 라게르는 방송 인터뷰에서 “한 남성이 나에게 성적인 발언을 시작했다. 이런 일은 처음 당한 일도 아니어서, 화가 나 ‘입을 닥치라’고 말했는데, 그게 그를 자극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장을 목격한 주변인들은 라게르의 대응에 지지를 보냈다. 카페 주인은 CCTV 영상을 라게르에게 직접 전달했다.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자 정치권에서도 라게르를 지지하는 반응이 나왔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라게르의 영상 트윗을 공유하며 “완전히 연대한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경찰도 수사에 나섰지만, 범인의 신원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라게르의 사건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여성을 향한 길거리 괴롭힘이 프랑스에서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회당 산하 장 조레스 재단이 올해 4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80%는 길거리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41%는 단순히 ‘캣콜링’ 수준의 언어 성폭력이 아니라 실제로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당했다고 말했다.

마침 프랑스 의회는 8월 1일 성범죄 처벌 관련 법률 개정안을 최종 통과시켰는데, 여기에 ‘캣콜링 금지법’이라 불리는 조항이 담겨 있다. 길거리에서 혹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개인을 향해 성적인 모욕이나 협박을 할 경우 90유로~750유로 벌금을 물리는 내용이다. 마를렌 시아파 성평등부 장관은 “이르면 올 가을부터 벌금을 물게 될 것”이라며 “이 조항이 (캣콜링 등 성폭력 언동에 대한) 억제 효과를 발휘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캣콜링 금지 조항은 프랑스 내 여성운동 진영 내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전 세대 여성운동가들을 중심으로 해당 조항이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올해 1월 일간지 르몽드에 “괴롭힐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고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라게르 사건을 보는 프랑스 여론은 그런 “괴롭힘”이 어떤 형태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캣콜링’과 같은 위협은 피해자에게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프랑스 정신과 의사 무리엘 살모나는 허핑턴포스트에 “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 순간 공포와 위협, 분노를 동시에 느끼게 되고 일부는 ‘감정적 상실증’에 걸려 대응에 실패하기도 한다”라며 일부는 라게르가 당했던 것처럼 폭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더욱 대응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성폭력 반대 운동 단체 ‘스톱아셀르망드뤼’는 캣콜링 피해자들에게 “불안할 때는 괴롭히는 사람을 무시하고 상점이나 레스토랑 등 사람이 많고 안전한 곳으로 움직이라. 안전하다고 느낀다면 침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하라. 주변 사람의 도움을 얻으라. 언행이 폭력으로 이어질 경우 경찰에 신고하라”라고 조언했다.

1일 프랑스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에는 캣콜링 관련 조항과 더불어, 성인과 15세 이하 아동의 성관계가 ‘취약성 남용’ 혹은 아동이 동의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을 경우에는 강간으로 간주하고, 형량도 징역 최대 20년에서 30년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사이버스토킹에 대한 제재 조치와 남의 옷 안쪽을 동의 없이 촬영하는 ‘업스커팅’을 최대 징역 1년, 벌금 1만5,000유로로 처벌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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