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메달이 증발해 버렸다. 모두가 정신없이 축하를 건네는 시상식장 한복판에서, 수상자에게 전달된 메달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발생한 일로, 당국은 도난 사실을 확인한 뒤 즉각 수사에 나섰다. 필즈상은 40세 이하 전도유망한 수학자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1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서쪽에 위치한 리오센트로에서 세계수학자대회(ICM)가 열렸다. 주최 측은 코체르 비르카르(40)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 4명을 수상자로 발표한 뒤, 시상식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 귀중한 메달이 시상식 도중 도난을 당한 것이다.
비르카르 교수는 전달받은 메달을 자신의 가방에 담아 휴대폰ㆍ지갑과 함께 테이블 위에 잠시 올려놓았지만, 순식간에 가방이 통째로 없어져 버렸다. 보안팀이 이후 인근 벤치에서 가방을 발견했지만, 메달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비르카르 교수가 메달을 건네받은 지 불과 30분 만의 일이었다.
대회를 주최한 국제수학연맹은 보험사로부터 보상받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일부 동료 수학자들은 비르카르 교수를 위해 성금을 모아 메달을 새로 제작해 주는 방안을 제의하기도 했다. 필즈상 메달은 14K 금으로 만들어져 약 700만원의 제작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비르카르 교수는 이란의 쿠르드 거주지역 마리반에서 태어나 테헤란 대학을 졸업한 뒤 영국으로 이주한 난민 출신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인물이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사건이 도난 등 각종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수학자대회의 불상사는 도난 사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9일 행사를 위해 설치한 가건물 지붕에서 손전등이 떨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불길이 번지면서 안에서 행사를 준비하던 관계자들이 모두 대피하는 소동을 겪었고, 가건물을 다시 짓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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