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거부감 美여론 달래기
북한의 비핵화 일정표와
美의 단계적 보상 로드맵 교환
8월 남북 정상회담도 추진해
교착 상태 북미 협상 물꼬 기대
정부가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과 종전선언 추진을 위한 패키지 중재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양측을 모두 설득하기 위해 북한의 비핵화 일정표와 미국의 단계별 보상방안을 맞바꾸는 ‘대등한 교환’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종전선언이라는 명칭을 부담스러워하는 미국 여론을 고려해 종전선언 명칭에 ‘비핵화’를 명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일 “8월 남북 정상회담으로 비핵화 협상과 종전선언 논의에 물꼬를 터야 9월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 채택이 가능하다”며 “북미 간 이견이 타협 가능한 수준이어서 정부가 양측을 중재할 협상안 마련에 나섰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은 비핵화 진전 없이는 종전선언도 불가하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미국이 종전선언으로 체제보장을 해줘야 비핵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청와대와 통일부는 양측이 교환 가능한 패키지 협상안을 만들어 ‘대화의 촉진자’ 역할에 나서기 위해 최근 비공개로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북한이 미국에 비핵화 일정표나 최소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시간표를 안겨주고, 미국은 북한에 단계별 비핵화에 따른 보상 로드맵을 공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미국이 요구 중인 핵 리스트 제출은 사실상 북한의 ‘항복 선언’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종전선언 명칭도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을 위한 선언’ 식으로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함께 사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종전선언에 거부감을 갖는 미국 조야를 설득하기 위해 종전선언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조건을 단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비핵화 일정만 확실해지면 미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북미가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에서 한미 또는 남북미가 함께 협상안을 작성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독자적으로 만들어 양측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최근 8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도 이런 차원의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는 인식에서다. 북한의 비핵화가 진척된 상황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상황이 이상적이지만, 현재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상황이어서 중재 역할이 절실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8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2차 남북정상회담 때처럼 종전선언과 비핵화 일정 등 주요 현안만을 논의하는 약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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