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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5> 스페인ㆍ포르투갈의 올리벤사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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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5> 스페인ㆍ포르투갈의 올리벤사 분쟁

입력
2018.08.03 17:00
수정
2018.08.03 17:4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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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벤사 위치와 시내 전경. turismoextremadura.com
올리벤사 위치와 시내 전경. turismoextremadura.com

유럽 이베리아 반도의 남서쪽.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경지대에 인구 1만2,000명의 소도시 올리벤사(스페인 Olivenzaㆍ포르투갈 Olivença)가 있다. 전형적인 관광도시지만 비교적 사이 좋은 이웃 국가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몇 안 되는 외교갈등 대상 중 하나다. 국제적으로도 스페인 에스트레마두라 지방에 속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이 도시 대부분 주민도 스스로를 스페인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포르투갈은 ‘200년전 빼앗긴 땅’이라는 공식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스페인의 실효지배 상태지만 최근 800년 이래 역사로만 따지면 이 땅의 주인은 포르투갈인 적이 더 많다. 기록에 따르면 1297년 이후 1800년까지 줄곧 포르투갈이 통치했다. 그랬던 올리벤사가 스페인 영토로 편입된 건 19세기 유럽역사를 뒤흔들었던 나폴레옹 때문이다.

1800년 전후 포르투갈은 영국과 함께 나폴레옹의 프랑스에 맞서고 있었다. 스페인 지배에 놓였다가 다시 독립(1668년 리스본 조약)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걸 계기로 영국은 오랜 기간 포르투갈의 우방이었다. 대륙봉쇄령으로 영국을 압박하던 나폴레옹은 1801년 포르투갈에게 영국과의 동맹파기를 요구했다. 또 포르투갈이 거부하자 스페인과 함께 침공했다. 그 해 5월 침공을 개시한 스페인 군대가 최초로 손쉽게 함락시킨 곳이 올리벤사였다. 훗날 ‘오렌지전쟁’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전쟁의 결과는 포르투갈이 ‘바다호스’(Badajoz) 조약(1801년 9월)에 서명하면서 인정되는 듯 했다.

그러나 영토분쟁의 단초는 그 이후 만들어졌다. 1805년 트라팔가 해전으로 나폴레옹이 몰락하면서 패전국 포르투갈을 옭아매던 바다호스 조약의 효력이 유명무실해졌다. 대신 나폴레옹 이후의 유럽질서를 새롭게 모색한 오스트리아 빈 회의(1815년)에서 스페인은 “올리벤사를 포르투갈로 반환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조항에 서명했다. 조약에 서명한 뒤에도 스페인은 “노력한다는 의미이지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건 아니였다”며 반환을 미뤘고, 스페인을 강제할 힘이 없는 포르투갈은 200년 넘게 ‘반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외교적으로는 팽팽하지만, 스페인ㆍ포르투갈의 적극성은 다른 나라들의 영토분쟁과는 많이 다르다. 영유권을 주장하면서도 포르투갈은 자신들이 만드는 지도에서 조차도 이 땅을 포르투갈 영토로 그리지 않는다. 스페인도 ‘로우 키’ 전술이다. 주민 대다수가 스페인 잔류를 희망하지만, 그런 사실을 대외적으로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 더 중요한 영토분쟁인 영국과의 ‘지브롤터’ 분쟁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올리벤사 경우와는 입장이 완전히 뒤바뀐 ‘지브롤터’ 분쟁에서 영국은 “주민 대부분이 영국령으로 남아 있는 걸 희망한다”며 스페인의 반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올리벤사 문제는 포르투갈ㆍ스페인 사이의 심각한 현안이 된 적이 없고, 국제사회에서 조용하게 진행 중인 영토분쟁의 대표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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