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다주택 좀 파시라" 8ㆍ2대책 1년... 약발 안 먹힌 서울 집값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다주택 좀 파시라" 8ㆍ2대책 1년... 약발 안 먹힌 서울 집값

입력
2018.08.01 04:40
20면
0 0

 ‘똘똘한 한 채’ 수요 자극하며 

 서울 아파트 1년간 6.8% 상승 

 8.2대책 이전보다 오히려 높아 

 여의도ㆍ용산 등 불안 요소 여전 

 지방은 대책 발표 후 하락 지속 

 전문가들 “좀 더 지켜봐야” 불구 

 “집값 양극화만 심화” 전망도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니면 좀 파시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8ㆍ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뒤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당시 김 장관의 발언은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당시 김 장관의 말대로 본인이 살지 않는 집을 판 다주택자는 상당히 억울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서울 집값은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21억5,000만원에 실거래된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는 8ㆍ2대책에도 불구하고 최고가 경신을 이어가 지난 5월에는 무려 27억원에 매매됐다. 강남구 개포경남1차 전용 96㎡도 8ㆍ2대책 직전인 작년 7월 13억1,000만원에서 최근 16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마포구 마포자이2차 전용 84㎡는 작년 실거래가(8억7,000만원)보다 3억7,000만원이 오른 12억4.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 강남3구 부자 중 김 장관의 말을 믿고 집을 판 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급 규제에도 서울 집값 여전 

3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8ㆍ2 대책 이후 지난주(23일 기준)까지 1년간 6.81%나 올랐다. 8ㆍ2 대책 이전 1년간 상승률(4.65%)보다 오히려 높다. 월별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도 지난해 8월 이후 한 차례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다. 상승폭이 미미하긴 했지만 조금씩은 계속 오른 셈이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오히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를 자극해 강남과 강북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의 인기는 더 커졌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정부는 8ㆍ2 대책 발표 이후에도 서울 집값이 쉽게 잡히지 않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예정액 공개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의 강경책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서울 집값은 일단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시행된 4월을 기점으로 상승 폭이 둔화되기도 했다. 아예 매물이 사라지고 살 사람도 가격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거래 절벽 현상도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강남 집값이 꺾인 것 아니냔 분석도 많았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보유세 개편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친 데다 서울시의 여의도ㆍ용산 통합개발 계획 발표로 인근 지역까지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다.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일각에선 8ㆍ2 대책의 약발도 다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방은 불똥 맞아 급락세 

반면 역설적이지만 규제가 없었던 지방 주택시장은 오히려 8ㆍ2 대책 이후 급격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8ㆍ2 대책 이전 1년 동안 주택 가격이 사실상 보합 상태를 유지했던 지방은 대책 발표 후 급락세를 보이면서 1년 동안 2.12%나 하락했다. 대책 이전 1년간 아파트값이 5.10% 올랐던 부산은 지난 1년간 1.97% 떨어졌다. 경북과 울산 아파트값도 지난 1년간 각각 5.15%, 6.45%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8ㆍ2 부동산 대책의 효과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유세 개편, 금리 인상 등과 맞물려 대책의 위력이 점차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공시가격이 현실화할 경우 강남3구 부자들도 세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8ㆍ2 대책 이후 투기나 다주택 수요, 갭 투자 등이 억제되고 실수요자 중심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정부의 전방위적인 규제정책으로 적어도 2,3년은 집값을 누르는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과 지방, 기존 매매시장과 신규 청약시장 사이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남수 신한은행 PB팀장은 “전반적으로는 안정됐지만 국지적으로는 여의도ㆍ용산 등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며 “중앙 정부가 제동을 걸긴 했지만 다시 개발이 추진되면 주변 지역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문재인 정부판 ‘투기와의 전쟁’으로 불린 8ㆍ2 부동산 대책이 2일로 발표 1년을 맞는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판 ‘투기와의 전쟁’으로 불린 8ㆍ2 부동산 대책이 2일로 발표 1년을 맞는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