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내년 상반기 ’모바일 직불서비스’를 시작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상품 구매자의 은행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대금이 지급되는 방식으로, 정부가 소상공인의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절감을 위해 추진하는 ’제로페이’ 정책과 연계 시행된다.
국내 금융사 및 금융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는 31일 이같은 내용의 모바일 직불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으로 가맹점(매장)이 제시하는 QR코드를 인식해 결제 내역을 전송 받은 뒤 비밀번호나 지문을 입력해 자신의 은행 계좌에서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협의회가 10월까지 서비스 기술표준을 만들면 은행권이 플랫폼(앱)을 공동 개발해 내년 상반기에 서비스를 개시하는 것이 목표다. 협의회 의장기관인 한은 관계자는 “은행 등이 발급하고 있는 현금카드의 인프라를 모바일로 옮기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제로페이에도 협의회가 마련하는 기술표준이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비스가 시행되면 가맹점은 상당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용카드를 받는 것에 비해 결제수수료가 크게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평균 2.1%인데 비해, 이번 서비스의 기반인 현금카드의 수수료율은 0.3~1% 수준이다. 물론 실제 적용될 수수료율은 서비스 제공 은행들과 가맹점 간 계약에 의해 결정되지만, 신용카드에 비해선 낮은 수준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대금을 판매 다음날(신용카드는 2~3일) 바로 받을 수 있는 점, 별도의 단말기 설치가 필요 없는 점 등도 가맹점 입장에선 유리하다.
일각에선 신용카드 중심으로 짜여진 지급결제 관행에 당국이 인위적으로 개입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은은 신용카드 편중에 따른 금융 이용자의 편익 감소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지급수단 중 신용카드가 차지하는 비중(2016년 기준)이 지급건수로는 50%, 금액으로는 55%로, 미국(24%, 25%), 독일(2%, 4%) 등 주요국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카드 이용을 보호하는 법제도(의무수납제)와 대체지급수단의 경쟁력 부족이 신용카드 편중 현상을 유발하면서 지급서비스 시장에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저비용 구조를 가진 은행계좌 기반의 모바일 직불서비스가 활성화될 경우 수수료 등 사회적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증권사, 서민금융기관(농협ㆍ신협ㆍ새마을금고 등) 등 비은행 금융사 계좌 보유자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도록 기술표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소비자 호응이다. 어디서나 단돈 100원도 불편 없이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현실에서 소비자가 모바일 직불서비스를 대신 이용할 유인이 충분히 제공될 지가 서비스 확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맹점 제휴 할인, 할부 서비스, 포인트 지급 등 신용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부가 서비스, 한 달에 한 번씩 대금을 치르는 외상구매 방식에 익숙해진 소비 패턴 등도 대체 지급수단이 자리잡는 데 제약조건이 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가)소득공제 확대 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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