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역대급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북 전주 완산구ㆍ덕진구, 익산시, 군산시가 폭염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기온은 높은 반면 인구당 소방서 인력, 의료기관 수 등 폭염을 줄일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리, 사회, 경제적 환경에 따라 폭염의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맞춤형 폭염 대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전국 시ㆍ군ㆍ구 기초지방자치단체별로 8월 ‘폭염 취약성 지수’를 분석해 31일 공개했다. 폭염 취약성 지수는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 발생과 대응 취약성 정도를 기초지자체별로 상대적으로 평가해 지수화한 것으로 지수범위는 최저 -0.25에서 최고 0.75까지다. 폭염 취약성 지수가 높을수록 폭염에 취약해 맞춤 대응의 필요성이 크다는 것을 말한다. 폭염 취약성 지수는 ▦기후노출(기상청 예상 지역별 8월 평균온도) ▦민감도(인구 수와 연령) ▦적응능력(인구당 의료기관ㆍ소방서 인력ㆍ지역 내 총생산)을 기반으로 계산했다. 환경부는 범정부 폭염대책을 위해 지자체를 대상으로 5월과 7월 지자체에 폭염 취약성 지수를 공개했으나 폭염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8월 지수를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전체 인구수 기준으로는 전주 완산구의 지수 값이 0.61로 가장 높았다. 기후노출은 0.5로 큰 반면 폭염에 대응할 수 있는 적응능력은 0.03으로 떨어져 취약성이 상대적으로 컸다. 다음으로는 덕진구(0.58), 익산시(0.58), 군산시(0.56) 등으로 전북 지역이 상대적으로 폭염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지수 값이 가장 낮은 곳은 -0.14를 기록한 강원도 화천군이었다. 평균온도가 낮은데다 인구가 적어 폭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었다.
폭염에 민감한 65세 이상 인구 기준으로는 기온이 높고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높은 전북 고창군, 김제, 정읍 등이 폭염 취약 지역으로 나타났다. 5세 미만 영유아의 경우 전주 덕진구, 군산시, 완주군, 전주 완산구, 부산 기장군 순으로 폭염 취약성이 컸다.
폭염이 기온과만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나 소득수준, 연령 등에 따라 영향이 다른 만큼 이를 감안한 맞춤형 폭염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도 크다. 채여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선임연구위원은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수요자 중심 맞춤형 폭염 대응방안 마련’ 포럼에 참석해 “현재 폭염 정보는 구체적인 시간이나 장소에 대한 정보 없이 모든 지역에 일률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시간대와 교차로, 학교 등 장소에 따라 폭염에 대한 구체적 영향과 이에 따른 방재활동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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