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을 도운 혐의를 받는 정재찬(62) 전 공정위원장과 김학현(61)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나란히 구속됐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정 전 위원장과 김 전 부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같은 혐의를 받는 신영선(57) 전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피의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구속의 필요성과 적절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들은 공정위 직원들이 대기업과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퇴직 후 취업 등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직자가 퇴직 후 3년 동안은 직전 5년간 본인 업무와 관련 있는 기관ㆍ기업에 재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전직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상대로 ▦공정위가 4급 이상 퇴직자 명단을 관리하며 민간기업에 사실상 취업을 강요한 혐의와 ▦이를 대가로 공정위 감독을 받는 대기업들의 위법행위를 봐준 것은 아닌지를 추궁해왔다.
한편 김 전 부위원장은 혐의를 인정한다며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포기했고, 법원은 기록 검토만을 통해 구속 여부를 결정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대기업에 자기 자녀 채용을 청탁해 실제 취업을 성사시킨 혐의(뇌물)와 2013년 한국공정경쟁연합회 회장으로 옮길 당시 취업심사를 거치지 않은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도 받고 있다.
1981년 공정위 설립 이후 전직 위원장(장관급)과 부위원장(차관급)이 나란히 구속된 적은 처음이다. 특히 이번이 구속된 두 사람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같은 기간 위원장과 부위원장으로 재직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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