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다수기업 대주주 지위
경총 “독립적 의사결정 체계” 강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결정에 30일 재계는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계했던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가 제한적으로 허용되긴 했지만, 다수 기업의 대주주 지위에 있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경우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국민연금의 독립적 의사결정 체계 구축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 강화,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모두부터 ‘독립적 의사결정 체계 구축’을 강조한 데서 보듯 경총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기업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통로가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와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경총은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7%에 육박하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설 경우 기업들에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된다”며 “향후 국민연금의 경영참여는 개별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시장을 교란하는 일이 없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또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주기적으로 도입 성과를 점검ㆍ평가해야 한다”며 “정부ㆍ정치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재의 국민연금 기금운용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개편해 독립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재계단체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아무래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텐데, 자칫 정부가 기업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이용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경계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대한항공이다. 조현민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이후 총수 일가의 각종 갑질ㆍ비위 의혹이 불거져 이미 국민연금으로부터 공개서한까지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우리 쪽엔 관여하려고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 역시 “총수 일가의 일탈은 관련법으로 처벌하면 될 일이지 만약 국민연금이 주주권으로 경영 관련 사안을 넘어 개인의 행위에까지 개입한다면 지나친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 경영은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하는데, 국민연금이 필요에 따라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건 결국 ‘연금 관치주의’가 현실화되는 것”이라며 “투자와 고용에 힘써야 할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노심초사하게 한다면 국가적으로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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