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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종전선언 ‘밀당’ 뒤엔 제재 신경전… 난감해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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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종전선언 ‘밀당’ 뒤엔 제재 신경전… 난감해진 한국

입력
2018.07.29 20:00
수정
2018.07.29 20:5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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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핵화 최후 지렛대는 제재” 

 미국의 확고한 입장 아는 북한 

 우회로로 남측 압박 카드 사용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2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2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노골적 불만 표출로 ‘종전(終戰)선언’ 시기가 첨예한 북미 간 대립 지점으로 부각됐지만, 양측 기싸움이 더 치열한 전장(戰場)은 대북 제재 영역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직 직접적인 격돌은 없어도 제재망(網)을 느슨하게 만들려는 북한과 단단히 조이려는 미국 간의 신경전은 충분히 뜨거운 상태다. 정작 둘 사이에 끼어 난감해진 건 한국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6~7일) 직후 발표된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조기 종전선언이 수면 위로 부상하긴 했지만, 올해 ‘경제 건설 총력 집중’으로 전략 노선을 바꾸고 정권 수립 70주년(9월 9일)을 코앞에 둔 북한이 미국에게 비핵화 조치 반대급부로 절실히 바라는 체제안전 보장 조치는 대북 제재 유예나 완화라는 게 외교가 중론이다.

종전선언이 제재 완화 지렛대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9일 “국제사회에 종전선언을 알리면 유엔 안보리 제재 유연화에 긍정적 여건이 조성될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제재 운용 강도도 다소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북한이 제재 문제를 직접 대미 의제화하려는 의지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최후의 대북 비핵화 지렛대가 제재’라는 미국의 확고한 입장을 아는 북한이 지금은 거론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대신 고른 게 남측 압박이라는 우회로다. 25일 친북 매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를 동원해 “남측 정부가 대북 제재를 구실로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일이 대표적 사례다.

우군(友軍)의 도움도 받고 있다. 이미 중ㆍ러가 유엔 안보리 내에서 대북 제재 결의 완화를 요구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북중 간 교역량이 회복될 조짐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지시로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의 노동 허가 기간이 연장될 거라는 얘기도 들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관계 부처 합동으로 ‘대북 제재 주의보’를 발령한 것은 6ㆍ12 북미 정상회담 뒤 이처럼 제재망이 느슨해지는 듯한 기류를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평가다. 폼페이오 장관이 25일 카운터파트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거치지 않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통화한 일이나 26일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남북 경제협력 기업 관계자들을 직접 만난 일 모두 “과속으로 제재 우회ㆍ이완의 빌미를 북한과 중ㆍ러에 줘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한국에 전달하기 위해서였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올 가을 평양 남북 정상회담 개최 전 남북관계 성과 확보와 견고한 제재망 유지 공조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한국 정부는 난처한 처지다. 통일부가 시설 점검 차 개성공단을 방문하겠다는 기업인들의 방북 신청 승인을 유보했다고 27일 발표한 것도 고육책인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단호한 미국 태도를 달리 해석할 여지도 없지 않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 내 반(反)트럼프 진영을 의식한 액션이거나, 음모론일 수 있겠지만 중국의 북한 시장 주도권 지속을 위한 미중 간 짬짜미가 남북 경협 단속의 배경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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