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 나쁜 중학생에 학습 기회
대학생 강사엔 장학금 지급
2012년 이후 9만여명 수혜
2012년, 전남 구례군의 중학생이던 고새봄(20)씨는 서울대 캠퍼스에서 진행된 삼성 ‘드림클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생전 처음 집을 떠났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본 것도, 다른 지역 학생들을 만나본 것도 처음이었다. 3주 간의 캠프에서 구씨는 처음 구례라는 좁은 지역을 넘어서는 꿈을 키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래 친구들로부터의 자극과 드림클래스 강사들의 격려를 받으면서, 지금은 부족해도 노력하면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고씨는 말했다.
고씨는 드림클래스를 계기로 타 지역의 특목고에 진학했고, 2017년 서울대 생명과학부 신입생으로 당당히 입학해 올 해 강사로서 드림클래스에 두 번째 참여했다. 고씨는 “인생의 밑거름이 된 좋은 기억을 줬기 때문에, 이번엔 제가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교육 분야 사회공헌 프로그램 드림클래스 ‘2018년 여름캠프’가 지난 27일 시작됐다. 2012년 시작된 이후 중학생 7만3,000여명과 대학생 강사 2만여명이 거쳐간 삼성 드림클래스는 교육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의 중학생들에게는 학습의 기회를, 강사로 참여하는 대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제공한다. 여름캠프뿐 아니라 주중ㆍ주말교실도 운영하며 지난 6년간 총 541명이 특목고ㆍ자사고ㆍ마이스터고에 진학했다. 전국 6개 대학교에서 열리는 올해 여름캠프에는 농어촌 지역 및 군인ㆍ소방관ㆍ경찰관 자녀 중학생 1,641명과, 9대 1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대학생 567명이 참가한다.
지난 27일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열린 여름캠프 환영식에서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이들이 자라 과거에 얻은 것을 사회와 공유하는 방식으로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7년간 7만명이 아주 많은 건 아니지만,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가 계속 쌓여나간다면 국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교육의 선순환’이라는 목표에 충실하게, 드림클래스의 도움을 받았던 학생들이 대학생이 돼 강사로 다시 참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드림클래스 1기 출신으로 벌써 네 번째 강사로 나서는 박미희(서강대 중국문화학과)씨는 “드림클래스에 갈 때마다 매번 타임머신을 타고 나의 중학생 때로 돌아가는 기분”이라며 “내가 직접 경험한 만큼 학생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성균관대에서 열린 캠프에 중학생으로 참가했다 대학생이 되자마자 다시 성균관대 강사로 돌아온 김재윤(한양대 경제금융학과)씨는 “드림클래스가 지금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준 만큼, 첫 대외활동으로 드림클래스를 선택했다”고 했다.
드림클래스는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 드림클래스를 깜짝 방문해 학생들과 사진을 찍으며 격려한 바 있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1,300억원을 드림클래스에 투자했으며, 올해는 약 23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원 사장은 “예전엔 기업들의 교육 관련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많았지만 지금은 남아있는 것이 많지 않다”면서 “삼성은 앞으로도 각종 교육 관련 프로그램으로 사회에 이바지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원=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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