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한목소리 에너지빈곤층 법안
2년 전 상임위 통과하고도 무소식
옥외 근로자 안전법도 진척 더뎌
기록적인 폭염에 온열질환자수가 급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면서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뒷북대응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제출된 관련 법안 처리만 서둘렀어도 폭염 피해에 좀 더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에서다.
여야가 최근 들어 한 목소리로 대책 마련을 주장하는 에너지빈곤층 관련 법안이 대표적이다. 29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폭염 기간에 ‘징벌적 누진세’가 아니라 ‘누진세 면제’가 필요하다”며 “폭염 누진세 면제 법안을 조속히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폭염을 재난으로 인식하고 재난에 더 취약한 계층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하 의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미 에너지빈곤층을 위한 대책 법안은 국회에 제출돼 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년 전인 2016년 8월 폭염으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서민가계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차상위계층과 사회적배려대상자 등을 대상으로 별도의 신청 없이 20%이상 전기요금을 감면 받게 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같은 해 11월 상임위인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 법안소위까지 상정된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최근 정부가 적극적 의지를 피력한 자연재난에 폭염을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안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27일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연재난의 범위에 폭염과 혹한을 추가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유사한 내용의 법안은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이미 2016년 8월과 10월에, 윤영석 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5월에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해당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폭염 피해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건설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잠을 자고 있다. 폭염 등에 근로자의 생명 또는 건강 문제에 대한 위험 방지를 사업주에게 의무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장석춘 한국당 의원과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각각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 발의했지만 해당 상임위에서 진척이 더딘 상태다. 지난해 정부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 장소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를 고용한 사용주에게 휴식시간에 이용할 그늘진 장소 제공과 목욕 및 세탁시설, 소금과 음료수 제공 등을 의무화했지만, 정작 상위법에선 관련 내용에 대한 개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가 일이 터지면 그때서야 해당 법안에 관심을 갖는 일이 어제 오늘 얘기냐”고 반문했다. 국회가 8월 임시국회 때 관련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낸다고 해도 후속 절차 등을 감안하면 올해 폭염 피해에 대응하긴 시기적으로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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