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씨 부산 빈소에
각계 추모 발길 이어져
박상기 법무ㆍ조국 수석도 찾아
31일 남양주 아들 곁에 안장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가 28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빈소가 마련된 부산시민장례식장에는 아들을 대신해 평생을 민주화 운동에 바쳐 온 박씨를 기리는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29일 오전 11시40분쯤 빈소를 찾아 고인의 영정에 절을 올린 뒤 박 열사의 형 종부(59)씨와 누나 은숙(55)씨, 어머니 정차순(86)씨의 손을 차례로 맞잡고 위로했다. 박 장관은 방명록에 “아프고 힘든 세월을 보내셨습니다. 이제 아드님과 함께 영면(永眠)하시기를 빕니다”라고 추모했다. 이어 “국가 폭력이 개인과 가정을 더 이상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종철 열사의 부산 혜광고와 서울대 1년 선배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이날 오전 일찍 빈소를 찾았다. 조 수석은 조문에 앞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버님은 종철의 아버지를 넘어 저희 모두의 아버님이셨습니다. 아버님의 비통함과 살아오신 30여년의 무게를 새삼 되새겨 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억수로 고맙습니데이”라는 글을 올려 고인을 추모했다. 오거돈 부산시장도 이날 오후 부산시 간부공무원들과 함께 빈소을 찾아 고인을 조문했다.
앞서 28일에는 민갑룡 경찰청장 등 검ㆍ경 수뇌부들을 비롯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추미애 민주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빈소를 방문했다. 지난 3월 20일 박씨가 입원한 요양병원을 찾아가 검찰의 과거사를 공식 사과했던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박정기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뜻, 박종철 열사가 꾸었던 민주주의의 꿈을 좇아 바른 검찰로 거듭나 수평적 민주주의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는데 이바지하겠다”라고 방명록에 적었다.
박종철 열사가 고문에 의해 사망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1987년 당시 담당검사인 최환 변호사도 조용히 빈소를 찾아 박씨를 추모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는 조화를 보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박종철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 13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주요 수배자의 소재 파악을 하려던 경찰에 강제 연행돼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물 고문을 받다가 다음날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6∙10 항쟁의 기폭제가 된 이 사건은 올 초 이를 소재로 한 영화 ‘1987’이 개봉하면서 재조명됐다.
부산시청 수도국 공무원이었던 아버지 박씨는 아들의 죽음 후 이한열 열사 어머니, 전태일 열사 어머니 등과 함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를 이끌었다. 400여일 천막 농성을 통해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과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는 등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다.
발인은 31일 오전 7시. 부산 영락공원에서 화장된 뒤 경기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의 아들 옆에 안장될 예정이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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