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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만난 北 주민들 나이 든 모습 다시 찍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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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만난 北 주민들 나이 든 모습 다시 찍고 싶어”

입력
2018.07.31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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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기자 출신 임종진씨 

 내달 26일까지 갤러리 류가헌서 

 北 주민 담은 사진 50여점 전시 

 1998~2003년 6차례 방북해 촬영 

 “수줍은 새 신부ㆍ강변 걷는 연인… 

 우리의 일상과 다를 게 없어요” 

임종진 공감아이 대표는 “이 사진 속 신혼부부는 이제 중고등학생 학부모가 돼있을 것”이라며 “바람이 있다면 평양에서 북한 사진전을 열고, 20년 전 찍었던 북녘 사람들을 다시 만나 나이든 모습을 찍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임종진 공감아이 대표는 “이 사진 속 신혼부부는 이제 중고등학생 학부모가 돼있을 것”이라며 “바람이 있다면 평양에서 북한 사진전을 열고, 20년 전 찍었던 북녘 사람들을 다시 만나 나이든 모습을 찍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20년 전 북한의 일상을 보여주는 사진전이 열린다. 31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종로구 청운동 사진전문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리는 초대전 ‘사는 거이 다 똑같디요-북녘의 일상’으로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북한 주민들을 담은 사진 5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의 주인공은 월간 ‘말’과 한겨레신문 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던 임종진(49)씨. 6년간 6차례 북한을 촬영하며 ‘김정일 위원장이 아는 유일한 남녘 사진기자’란 별칭을 받은 그는 2006년 신문사 퇴사 후 사진 작가를 거쳐 사진 치유사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11월 사진을 매개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예비사회적기업 ㈜공감아이도 만들었다.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 1970~80년대 조작간첩 고문피해자, 발달장애인, 가정폭력피해 청소년, 일반 시민을 위한 사진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최근 서울 은평구 통일로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난 임 대표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넋두리처럼 쓴 글이 전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때 북녘땅 여기저기를 나름 돌아다닐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임 대표는 지난 달 8일 이런 말로 시작하는 넋두리를 자신의 개인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상당히 후퇴했다가 정국이 바뀌고 화해모드가 이뤄지는 과정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더라고요. ‘20년 전 나도 작지만 이런 활동을 했는데 다 잊혀지는구나’하고 그때 찍은 사진 몇 장 올렸는데, 댓글이 천개 가까이 달리면서 ‘대박’이 난 거예요. 류가헌에서 초대전하자고 연락이 왔죠.”

1998년 첫 방북 때부터 임종진(왼쪽) 공감아이 대표의 안내는 줄곧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 맡았다. 임 대표는 "보통강 기슭에서 다시 만나 맥주 한 잔 곁들인 흉금없는 대화를 나눌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1998년 첫 방북 때부터 임종진(왼쪽) 공감아이 대표의 안내는 줄곧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 맡았다. 임 대표는 "보통강 기슭에서 다시 만나 맥주 한 잔 곁들인 흉금없는 대화를 나눌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체제 비판적이거나 ‘꽃제비’ 같은 남루한 북한 이미지가 주로 보도됐던 1998년 북한을 처음 찾은 그는 방북 첫날 “우리가 서로 공감할만한 무엇을 찍고 싶다”고 안내원에게 요청했다. 그때 안내를 맡았던 인물이 “지금은 고위직이 된”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6차례 방북 줄곧 임 대표의 북한 안내를 맡았고, 임 대표는 유례없이 자유로운 촬영 허가 속에 평양 곳곳을 돌아다녔다. “너무 굶주린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월급날 현금 100만원을 찾아 남대문시장에서 선물을 엄청나게 샀어요. 스케치북, 크레용, 샤프, 벨트, 지갑 장갑…. 보따리 2개가 나오더라고요. 저는 ‘나름대로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북한에 대한 두려움, 양가적 감정을 갖고 있었던 거죠.”

평양 순안 공항에 내렸을 때, 처음이지만 잘 아는 동네 같은 기시감이 들면서 장벽이 허물어지는 기분이 들더란다. 임 대표는 딱딱한 공식 일정 사이에 거리의 사람들을 관찰했다. 갓 결혼식을 올린 신부가 상기된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젊은 연인이 손을 잡은 채 강변을 걷고, 가방끈을 비스듬히 맨 여자아이가 아빠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가는 평범한 일상이 사진 속에 담겼다. “림 선생, 사는 거이 뭐 다 똑같디요. 무엇이 좋아서 그리 찍습네까?”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 그를 보고 북측 안내원은 몇 번이나 농 섞인 질문을 던졌다. 이번 사진전 제목은 이 말에서 따왔다. 여섯 차례 방북에서 찍은 사진은 약 2만여점. 그 중 사진첩에 150점을 추렸고 그 중 50여점을 이번에 선보인다.

“제 사진을 보여주면 소위 ‘진보적’이라는 사람들도 (이것이 북한의 실상이라고)믿지 못해요. 여기 보시면, 애들 학교 가방이 ‘헬로키티’잖아요. 북한은 어떤 형식이든 한번은 막을 두고 봐야 한다는 정서가 남아 있죠. 캄보디아나 아프리카 아이들이 환하게 웃을 때 자연스럽게 생각하는데, 북한 사람들이 환하게 웃으면 못 미더운 정서가 남은 거죠. 분단 70년, 말과 외모 외에 같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시기에 우리가 얼마나 같은가를 생각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그 관점에서 제 사진이 보여지길 원하죠.”

북한 사진전시회 여는 임종진 공감아이 대표. 1998~2003년까지 북한 전역을 6차례 다니며 촬영한 사진 50여점을 선보인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북한 사진전시회 여는 임종진 공감아이 대표. 1998~2003년까지 북한 전역을 6차례 다니며 촬영한 사진 50여점을 선보인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20년 전 필름으로 찍은 사진이 작가로서 민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사진하는 임종진의 시선은 기자시절부터 지금까지 굉장히 달라졌지만, 북한에 대한 시선은 차이가 없다. 20년 전 당대를 기록한 게 아니라 남북의 동질적인 면을 찾으려고 했기 때문에 지금도 유효하다”고 답했다. “제가 하는 사업이 5ㆍ18민주화운동 피해자, 간접조작사건 피해자들 사진 치유하는 건데 결국 분단이 만든 상처를 극복하는 거잖아요. 제 사진이 우리가 북을 알아가는 데 쓰이다가 물러갈 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시와 함께 사진집 ‘북녘의 일상, 다 똑같디요’도 출간한다. 4만원 사진집은 300권을 다 팔아도 손해다. 30일까지 저자 사인이 포함된 오리지널 프린트 1장을 포함, 5만원에 구입할 수도 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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