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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 공사판 불법 개사육장 속에서도… 안내견 자처한 백구

입력
2018.07.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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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176. 한 살 추정 혼종견 수박이

최근 경기 하남의 한 재개발지구에서 불법으로 200여마리의 개들이 참혹하게 사육되고 있는 게 밝혀져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동물권 단체 케어와 하남시에 따르면 5년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택지개발에 나서면서 성남 모란시장에서 퇴출된 시장 상인 수십여명이 보상을 노리고 불법으로 사육장을 설치한 건데요. 다행히도 동물보호단체가 나서면서 지역자치단체와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개들을 위한 임시보호소를 세우고 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목숨은 건졌지만 이곳 개들은 더위와 악취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 이르면 다음달 철거를 앞둔 것으로 알려져 한시라도 개들의 구조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온 몸에 진드기가 붙어 대형마트 가방으로 옮겨졌던 수박이(왼쪽)는 이제 치료를 다 받고 새 가족을 찾고 있다. 유행사 제공
온 몸에 진드기가 붙어 대형마트 가방으로 옮겨졌던 수박이(왼쪽)는 이제 치료를 다 받고 새 가족을 찾고 있다. 유행사 제공

백구 수박이(1,2세 추정ㆍ수컷)는 이곳을 찾은 유기동물자원봉사단체 유기동물행복찾는사람들(유행사)의 활동가들에 눈에 띄었습니다. 활동가들이 개들에게 밥과 물을 챙겨주기 위해 방문할 때마다 환한 얼굴로 신이 나서 사육장 이곳 저곳을 안내하듯 돌아다녀 ‘안내견’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는데요. 워낙 활발한 성격에 활동적이어서 ‘황비홍’이라고 부르는 활동가들도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밥과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쓰레기가 뒤덮인 이곳에서 살아 남은 것도 기적인데 수박이는 그저 해맑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수박이의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흰 털 속 온 몸에 진드기가 붙어 있었고, 왼쪽 어깨 뼈는 다친 상태였습니다. 활동가들이 어깨를 만지자 비명을 지를 정도로 아파했는데요. 그래도 수박이는 사람이 좋다고 오는 사람들마다 가장 먼저 반기러 나왔다고 합니다.

경기 하남시 한 재개발지구에서 불법으로 사육되던 개들이 사람을 보자 반가워하고 있다. 유행사 제공
경기 하남시 한 재개발지구에서 불법으로 사육되던 개들이 사람을 보자 반가워하고 있다. 유행사 제공

유행사 활동가들은 수박이가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데다 어깨 뼈를 다친 상태로 그냥 두는 것이 안쓰러워 먼저 구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수박이 구조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화제가 되었는데요. 대형마트에서 주로 사용하는 빨간 대형 천가방에 속에서 너무나 편안하게 이동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당시 상황에서 활동가들이 진드기가 너무 많이 붙은 수박이를 이동시키기 위해 짜낸 묘안인데요, 수박이가 너무나 편안하게 앉아 있어서 더욱 이슈가 됐습니다. 수박이라는 이름은 유행사 운영진이 예전에 구조했던 유기견 ‘딸기’와 비슷하게 생겨 여름 대표 과일로 지어주었다고 해요.

활동가등리 온 몸에 진드기가 붙은 수박이에게서 진드리를 떼어내고 있다. 유행사 제공
활동가등리 온 몸에 진드기가 붙은 수박이에게서 진드리를 떼어내고 있다. 유행사 제공

수박이에게 붙어 있던 진드기는 다 제거 되었고, 어깨 뼈는 자연적으로 붙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요. 몸이 회복되면 매주 토요일 이태원 부근 노란 천막 아래서 열리는 유기동물 가족찾기 행사에도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지내고 사람을 애타게 기다린 수박이. 다른 개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수박이가 올 여름 사랑 듬뿍 받을 수 있는 가족을 만나길 바랍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세계 첫 처방식 사료개발 업체 힐스펫 뉴트리션이 유기동물의 가족찾기를 응원합니다. ‘가족이되어주세요’ 코너를 통해 소개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가족에게는 미국 수의사 추천 사료 브랜드 ‘힐스 사이언스 다이어트’ 1년치(12포)를 지원합니다.

▶입양문의: 유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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