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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스님 “마음 비웠다”… 조계종 내에선 퇴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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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스님 “마음 비웠다”… 조계종 내에선 퇴진 전망

입력
2018.07.27 16:19
수정
2018.07.27 19:29
2면
0 0

“조속한 시일 내 진퇴 결정”

27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거취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27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거취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조속한 시일 내에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한 길을 진중히 모색하여 진퇴여부를 결정하겠습니다.”

은처자 문제로 사퇴 압력을 받아온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27일 긴급 간담회를 열어 자신의 퇴진 문제를 처음 거론했다.

설정 스님은 다만 “종헌 종법 질서를 부정하고, 갈등과 분규라는 과거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총무원장 직부터 내려놓으라는 반대파의 요구를 거부한 셈이다. 대신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종정 예하와 원로의원 스님들, 교구본사 주지스님들, 그리고 중앙종회 의원스님들과 전국비구니회 스님 등 종단 주요 구성원 분들께서 현재의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한 뜻을 모아주신다면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설정 스님은 기자회견 뒤 곧바로 중앙종회 종책모임과 만난 데 이어 다음주부터 원로의원, 교구본사주지 등 종단 내 각급 단체, 기구의 구성원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다. 가감없는 목소리를 듣고 그에 따라 자신의 거취 문제를 결정하게 된다.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해줄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올 때인 8월말까지 기다려보자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물러나더라도 종단 차원의 의견 수렴에 따르는 것이라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수순이다.

27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 앞 농성장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이 단식 농성 중인 설조 스님과 이야기하고 있다. 설조 스님은 설정 스님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달 20일부터 단식 중이다. 연합뉴스
27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 앞 농성장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이 단식 농성 중인 설조 스님과 이야기하고 있다. 설조 스님은 설정 스님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달 20일부터 단식 중이다. 연합뉴스

설정 스님이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 대해 종단은 ‘사실상 퇴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조계종 관계자는 “개인으로서야 자리에 연연하겠는가 만은, 총무원장 자리가 각종 의혹 제기에 떠밀리듯 내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이렇게 내주면 다음에는 어떻게 되겠느냐는 주변의 우려와 걱정이 많았다”고 전했다. 지난 주 이번 입장문을 내려다 취소하고, 이날도 발표가 1시간 가까이 지체된 것 또한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정 스님은 입장 발표 뒤 단식 농성 중인 설조 스님을 찾아가 “마음을 비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설정 스님이 퇴진한다 해도 종단 내 갈등이 완전히 해소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종헌 종법상 총무원장 사퇴 시 총무부장이 권한대행을 맡아 60일 내 총무원장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되어 있다. 설정 스님 퇴진을 요구해온 종단 내 반대파는 기존 선거구도가 전임 자승, 현 설정 스님에게 유리한 구도로 짜여져 있기 때문에 개혁적 인사로 비상대책위원회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아래는 입장문 전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입장문="">

종단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전적으로 저의 부덕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저와 관련된 일로 종도들과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하여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오래 전 일로 종단이 이렇게까지 혼란을 겪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사실이 아니기에 금세 의심은 걷힐 것이라 기대했고,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었습니다. 종단 구성원으로서 평생을 품고 살았던 수행종풍 진작과 종단발전을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여부를 떠나 종도들로부터, 국민들로부터의 신뢰가 갈수록 무너져 내리는 참담한 상황을 목도하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좌절하는 모습에 한 사람의 수행자로서 큰 부담과 많은 번민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종단운영의 근간인 종헌종법 질서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합니다.

우리 종단은 내부의 자율적 운영체계인 종헌종법 질서가 존재합니다. 이는 종단운영의 근간이자 공동체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공동규범입니다.

종헌종법 질서를 부정하고, 갈등과 분규라는 과거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우리 종단은 종도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회복불능의 상태가 될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반드시 종헌종법 질서를 근간으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종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종정예하와 원로의원스님들, 교구본사주지스님들, 그리고 중앙종회 의원스님들과 전국비구니회 스님 등 종단 주요 구성원 분들께서 현재의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한 뜻을 모아주신다면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한 길을 진중히 모색하여 진퇴여부를 결정하겠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우리 모두는 새로운 희망의 길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도반으로 함께 할 수 있길 간절히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불기2562(2018)년 7월 27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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