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조속한 시일 내에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한 길을 진중히 모색해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27일 밝혔다.
설정 스님은 이날 오후 3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단 주요 구성원분들께서 현재의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한 뜻을 모아주신다면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PD수첩' 방송과 설조 스님 단식 등으로 불교계 안팎의 사퇴 요구가 거세지자 설정 스님은 8월 말까지 활동하는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 입장 발표는 설정 스님이 혁신위의 결론이 나오기 전에 자신의 거취 문제를 결정할 것임을 시사한다.
조계종 안팎에서는 "설정 스님의 사퇴는 시간문제"라며 조기 퇴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 시기와 방식의 문제만 남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이날 설정 스님은 종단 운영의 근간인 종헌종법 질서는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며 즉각적인 퇴진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설정 스님은 "종헌종법 질서를 부정하고, 갈등과 분규라는 과거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우리 종단은 종도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회복불능의 상태가 될 것"이라며 "그러하기에 반드시 종헌종법 질서를 근간으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거취 결정까지 당분간 조계종의 내홍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설정 스님은 "종단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전적으로 저의 부덕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며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오래전 일로 종단이 이렇게까지 혼란을 겪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사실이 아니기에 금세 의심은 걷힐 것이라 기대했고,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었다"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어 "그러나 사실 여부를 떠나 종도들로부터, 국민들로부터의 신뢰가 갈수록 무너져 내리는 참담한 상황을 목도했다"며 한 사람의 수행자로서 큰 부담과 번민의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놓았다.
설정 스님은 이날 기자회견 후 조계종 중앙종회 종책모임 간담회에 참석해 자신의 거취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 주에는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임원진과 역대 회장단이 설정 스님에게 진퇴와 관련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총무원 관계자는 "총무원장 스님이 그 외 원로회의 스님, 비구니 스님 등을 직접 만나 의견을 겸허히 듣고 이른 시일 내에 결정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설정 스님은 지난 5월 1일 MBC 'PD수첩' 방송 이후 제기된 의혹에 대해 부인해왔지만,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방송 이후 처음이다.
스님은 앞서 지난 20일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과 종단 혁신안 등을 발표하려 했으나 내부 이견으로 기자회견을 취소한 바 있다.
38일째 단식 중인 설조 스님은 이날 오전 "총무원 측에서 어제 당사자 퇴진과 개혁적인 인사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라는 요구에 상당히 근접한 방안을 제시했으나 오늘 아침에 돌연 번복했다"고 밝혔다.
이날 조계종 종무원 57명은 빠른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전국선원수좌회 임원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총무원장 퇴진을 요구하고 조계사 대웅전에서 대국민 참회 108배에 나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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