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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박원순의 맨해튼 개발

입력
2018.07.27 16:13
수정
2018.07.27 18: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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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서울시장은 예외 없이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최초의 3선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선 고지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정치인으로 꼽힌다. 재임 7년 동안 잔잔한 생활행정을 펴온 그는 내세울만한 대표 정책이 없다는 지적을 심심찮게 받았다. 이를 의식했던 걸까. 여의도를 서울 맨해튼으로 통개발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혀 논란의 중심에 섰다. 22일부터는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 달 살이’를 시작했다. 사진은 박 시장이 옥탑방 평상에서 대화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역대 서울시장은 예외 없이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최초의 3선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선 고지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정치인으로 꼽힌다. 재임 7년 동안 잔잔한 생활행정을 펴온 그는 내세울만한 대표 정책이 없다는 지적을 심심찮게 받았다. 이를 의식했던 걸까. 여의도를 서울 맨해튼으로 통개발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혀 논란의 중심에 섰다. 22일부터는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 달 살이’를 시작했다. 사진은 박 시장이 옥탑방 평상에서 대화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돈과 사람은 한곳에 몰리기 마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 부동산에 집중 투자하는 이유다. 맨해튼은 200년 전부터 철저한 도시계획으로 만들어진 인류 최초의 마천루 도시다. 1900년대 초에 이미 빌딩 숲이 들어섰다. 서울 10분의 1 면적에 170만명이 산다. 미국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다. 전세계 부자들이 주택과 빌딩을 사러 몰려드는 세계 최대 경제도시여서 부동산값은 계속 오른다. 올해 2분기 주택 평균 가격은 209만달러, 콘도(아파트 형태)는 297만달러였다.

▦ 조선시대 한강 밤섬에는 배를 만들고 고치던 마을이 있었다. 여의도 개발 전까지 62가구가 한강물로 밥을 짓고 살았다. 밤섬은 1968년 2월 한강개발계획에 따라 폭파됐다. 모래밭이었던 여의도를 돋워 도시를 만드는데 필요한 암석과 흙을 얻기 위해서였다. 당시 주민 443명은 강 건너 마포구로 이주했다. 밤섬을 희생양 삼아 조성된 여의도는 맨해튼과 비슷한 점이 많다. 도시 중심에 자리한데다 강 가운데 섬을 개발해 고층빌딩 숲을 이뤘다. 금융 중심지이자 대규모 주거단지가 형성된 것도 공통점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25일 “여의도는 서울의 맨해튼처럼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하겠다”고 했고, 이에 대해 비판여론이 일자 여의도 개발 의지를 거듭 피력한 것이다. 여의도 통개발은 기존 정책 방향과는 다르다. 박 시장은 지난 7년 재임기간 중 재건축ㆍ재개발 등 집단개발 방식을 반대하며 도시 재생을 통한 균형발전을 추구해 왔다. 서민 조망권이 침해된다며 한강변 고층아파트 층수도 제한했다. 개발 호재를 만난 여의도 아파트값은 최근 1주일 새 1억~2억원씩 뛰었다.

▦ 박 시장은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이다. 현재로선 대선 고지에 가장 가까워진 인물이다. 내세울만한 대표 정책이 없다는 지적을 의식한 걸까. 여의도 맨해튼 개발계획에 이어 강북구 달동네 옥탑방에서 한 달 살이에 들어갔다. 강남ㆍ북 격차 해소를 고민하겠단다. 서울은 교통, 환경 문제가 심각한 초과밀도시다. 극소수에게 개발이익을 안겨 주는 맨해튼 개발이 아니라, 시민들이 건강하게 호흡할 수 있는 집과 공원이 절실하다. 사람의 역량을 키우는 게 진짜 개발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시민을 위한 도시개발을 고민하기 바란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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