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휘봉을 잡은 뒤 도리어 한국당에서 ‘노무현 정신’을 언급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대신 참여정부와 비교를 통해 한 수 아래라고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재인 정권은 그 동안 행보나 정권구성 인사만 보더라도 노무현 정권의 시즌2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원작을 망친 리메이크 영화처럼 시즌2가 훨씬 더 졸작이지 않을 수 없다”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대업을 이어받은 사람 아니냐. 그러면 그 정도 의식을 가지고 제안해야지 뜬금없이 대변인을 시켜 뭐 하는 거냐”라고 청와대의 협치 내각 제안을 언급하며 “야당이 아무리 우습더라도 정치인이 정도를 넘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지도부가 참여정부를 치켜세우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비대위원장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부가 참여정부를 계승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즉답하는 대신 ‘초ㆍ중ㆍ고 커피 판매 금지법(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거론하며 “제가 참여정부 정책실장으로 있을 때 (이런 사례가 나왔다면) 아마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현 정부가 참여정부에서 중시한 자율의 가치를 따르지 않고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내주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할 계획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그간 정부ㆍ여당을 향해 원색적 ‘비판을 위한 비판’만을 한다는 혹평을 받아온 한국당이 김 위원장 취임을 계기로 노무현 정부와의 비교 평가를 통한 합리적 비판을 내놓는 데 힘을 쏟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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