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가 박근혜 정부 시절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수 차례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 전 대표가 안 전 수석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이 공개되면서다. 유 전 대표 측은 27일 “내정된 인사가 있는지 물어보고 후보를 추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전날 유 전 대표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 동문인 안 전 수석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유 전 대표는 2014년 경북고 1년 선배인 조모씨가 대우증권 사장이나 서울보증보험 사장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안 전 수석에게 부탁했다. 유 전 대표는 “금융 쪽에 씨가 말라가는 TK(대구ㆍ경북)”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씨는 사장직에 오르지 못했고, 그로부터 두 달 뒤 유 전 대표는 다시 안 전 수석에게 “조씨가 한국벤처투자주식회사 사장 후보로 올라가 있으니 챙겨봐 달라”고 했다. 이후 조씨는 이 회사 사장으로 선임됐다고 블랙하우스 측은 밝혔다.
블랙하우스는 유 전 대표가 그 뒤에도 모 언론사 회장의 부탁이라며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최모 전 삼성 사장이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거나, 금융연구원장 등 국책연구기관장 인선과 관련한 청탁 문자도 다수 보냈다고 전했다.
이런 의혹은 지난해 대선 때도 제기됐지만, 유 전 대표와 안 전 수석이 주고 받은 문자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비판이 일자 유 전 대표 측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당시 저의 의도는 청와대가 미리 내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정된 인사가 있는지를 물어보고 후보를 추천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탁으로 비친 점은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