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이어 폭우로 인한 홍수 피해까지
그리스 정부 당국이 8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역대 최악 산불 참사의 원인으로 방화 가능성을 지목했다.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니코스 토스카스 그리스 공공질서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산불의 원인이) 방화 범죄와 관련된 행위임을 암시하는 심각한 징후와 중요한 흔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 외곽에서 23일 동시다발로 발생한 이번 산불로 지금까지 최소 83명이 숨졌고 부상자는 200여명에 이른다. 이번 산불이 방화로 인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재난당국이 방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그리스 경찰은 방화임을 입증할 일부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가 아테네 외곽 해변 마을 인근의 최소 22곳에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아테네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은 적시에 대피 명령이 내려져 인명 피해를 내지 않았으나 아테네에서 북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마티와 라티나 등지에서는 시속 100㎞에 달하는 강한 바람을 타고 불이 순식간에 번져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낳았다.
한편 화마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아테네 북쪽 외곽에서는 홍수가 발생했다. 이날 아테네 북부 외곽 도시에서 갑자기 주요 도로에 물이 넘치며 수십 대의 자동차가 고립됐고 약 160명이 불어난 물에 주택에 갇히며 구조 전화가 빗발쳤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아테네 북부 외곽 도시 마루시에서는 공터가 거대한 늪처럼 변하며 주차돼 있던 차량 다수가 물에 완전히 잠겼다. 산불 피해가 집중된 마티에도 상당량의 비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국방부는 산불로 초토화된 이 지역이 이번 비로 홍수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군 병력을 동원, 화재로 인한 잔해와 재 등을 제거하고 배수로를 파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