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왕’ 오승환(36)이 토론토를 떠나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는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을 비롯한 현지 언론은 26일(한국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콜로라도가 트레이드로 오승환을 영입한다”고 일제히 전했다. MLB닷컴에 따르면 토론토는 오승환을 내주면서 두 명의 유망주인 1루수 좌타자 채드 스판베르거와 우타자 숀 부샤드를 콜로라도부터 받는 1대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오승환에겐 프로 생활 첫 트레이드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2005년 삼성에서 프로 첫 발을 뗀 그는 2013년까지 9년간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에서만 역대 최다인 277세이브를 쌓고, 2014년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해 한신에서 구원왕을 차지하는 등 2년간 활약했다.
한국과 일본을 거쳐 2016년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와 2년 계약에 성공했다. 첫 해 추격조에서 시작해 마무리까지 꿰차며 19세이브를 올렸고, 이듬해엔 20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리고 계약 만료 이후 올해 1+1년 최대 750만달러의 조건으로 토론토에 둥지를 틀었다.
이번 시즌 토론토에선 48경기에 나가 4승3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68(47이닝 14실점)을 기록했다. 삼진 55개를 잡았고,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00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최근 직구 구속 상승과 8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안정감을 찾아 스스로 가치를 높였다.
콜로라도가 불펜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오승환을 택하면서 시즌 중 처음으로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이로써 김병현, 김선우에 이어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 필드를 홈으로 쓰는 세 번째 한국인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오승환은 콜로라도에서 마무리 웨이드 데이비스 앞에 등판하는 셋업맨으로 뛸 가능성이 크다. MLB닷컴은 “그 동안 콜로라도는 데이비스뿐만 아니라 셋업맨 스캇 오베르그와 아담 오타비노에게 의존했다”며 “종아리 부상을 털고 돌아온 브라이언 쇼가 돌아왔지만 여전히 불펜의 깊이가 필요하다”고 콜로라도의 불펜 상황을 진단했다. 팀 불펜 평균자책점은 25일 현재 5.29로 내셔널리그 최하위다. 이런 상황이라 MLB닷컴은 “세인트루이스에서 2016년 19세이브, 2017년 20세이브를 거둔 오승환의 마무리 경험은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콜로라도는 26일 휴스턴을 3-2로 꺾고 시즌성적 54승47패로 서부지구 3위에 자리했다. 1위 LA 다저스와 승차는 1.5경기에 불과해 충분히 가을 야구를 노릴 수 있다. 1년 전에도 콜로라도는 7월말 필라델피아와 1대2트레이드로 불펜 요원 팻 네섹을 데려와 재미를 봤다. 네섹은 이적 후 2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45로 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에 힘을 보탰다. MLB닷컴은 “지난해 트레이드와 비슷한 성격의 거래”라고 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