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심사 억지로 투표할 필요없어
“정치 참여율 높여줄 것” 기대감
투표권에 시장경제 시스템 도입
‘돈 주고 투표 차단’ 부작용 우려도
플럭스 투표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포인트 시스템에 기반을 둔 ‘투표권 거래’다. 플럭스 당원들은 가입 시 모두 동일한 포인트를 부여 받는데, 의견을 표하고 싶은 이슈만을 택해 포인트를 차감하고 투표할 수 있다. 이 때 차감되는 포인트는 시장 경제의 원리를 따른다. 수요가 많을수록 상품의 가격이 높아지는 것처럼, 총기 규제와 같이 대다수가 관심을 갖는 이슈에는 많은 포인트가 필요하고 동성혼처럼 일부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는 보다 적은 포인트가 드는 식이다.
가령 A지역의 공항을 B지역으로 옮길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 치자. 이는 A나 B지역 거주자에게는 중요하지만 C지역 거주자는 관심이 없을 만한 문제다. ‘1인 1투표’가 원칙인 현행 민주주의 제도와 달리, 플럭스에서는 C지역 거주자가 투표를 거부하거나 A 또는 B지역 거주자를 지정해 투표권을 넘겨주는 게 가능하다. 만약 C지역 거주자가 투표권을 양도하기로 결정한다면 그는 그만큼의 포인트를 아낄 수 있고, 투표권을 양도받은 당원은 포인트를 두 배 차감하고 두 표를 행사할 수 있다. 네이선 스페타로 플럭스 대표는 “플럭스에서는 관심 없는 이슈에 억지로 표를 던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슈와 관련이 없는 다수가 여론을 주도할 위험이 낮다”고 설명했다.
플럭스는 이런 시스템이 시민들의 정치 참여율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자신이 던지는 표에 별다른 힘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커지는 것으로, 반대로 실제 정책을 선별하고 집행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믿음만 있으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스페타로 대표는 “만약 당신이 사이클링에 관심이 생겼다면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찾아보거나, 포털에서 검색하거나, 책을 읽는 방식 등으로 자전거 타는 법을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을 쓰려할 것”이라며 “관심이 있으면 시간을 쓰게 되는 만큼 일단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관심이 반드시 ‘옳은 결정’으로 직결되는 게 아니라는 점은 플럭스 시스템의 한계로 지적된다. 어떤 사안에 대해 관심은 많지만 잘 알지 못하는 유권자일 경우, 그가 한 표를 행사하는 게 사회에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스페타로 대표는 “이는 우리가 기존 정치 시스템에서 겪고 있는 위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지금도 유권자들이 어떤 후보가 유권자의 뜻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지, 그럴 만한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찍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플럭스처럼 투표권 거래를 양성화하면 다른 사람에게 뒷돈을 주고 사는 방식으로 투표 포기를 종용하는 경우가 늘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스페타로 대표는 이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내 투표권을 어떻게 할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그 선택권마저도 주지 않는 제도보다 민주적”이라며 “어떤 시스템이든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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