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로드킬 39%가 양서류
덩치 작아 운전자도 인식 못해
환경에 민감한 기후변화지표종
지구 온난화로 122종이 멸종
금개구리ㆍ수원청개구리ㆍ맹꽁이
우리나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
생태통로 확보.살충제 사용 줄여
개구리 서식지 보전에 힘써야
지난 6월 중순 강원 화천군 산소길 자전거 도로에는 북방산개구리로 추정되는 새끼 개구리 수만 마리가 로드킬을 당하거나 새의 먹잇감이 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수직의 콘크리트 방호벽을 넘지 못해 결국 산으로 가지 못한 것이죠. 이 개구리는 겨울에 하천에서 산란돼 산으로 가던 중인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특유의 울음 소리로 봄의 시작을 알리고, 여름 밤 운치를 더하는 개구리들이 로드킬과 서식지파괴, 외래종 유입 등으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개구리의 주식은 곤충… 확보수단은 긴 혀
개구리는 매끈하고 촉촉한 피부를 가진 척추동물로 물과 육지에서 모두 생활할 수 있어 양서류에 속합니다. 양서류는 꼬리가 없는 개구리 종류인 무미류, 꼬리가 있는 도롱뇽 종류인 유미류, 다리가 없는 무족류로 나뉩니다. 국내에는 무미류 13종, 유미류 5종 등 총 18종이 살고 있으며, 무족류는 없습니다. 개구리들은 변온동물로 고온, 한랭, 건조한 기후에는 취약합니다. 때문에 우리나라 개구리들은 겨울이 되면 땅속으로 들어가거나 계곡, 물웅덩이의 밑바닥으로 들어가 추위로부터 열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동면을 하지요. 이듬해 3월 하순이 되면 동면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합니다. 더운 여름에는 동면과 비슷한 원리로 몸 안의 수분을 어느 정도 유지하기 위해 잠을 자는 하면을 합니다.
개구리들은 주로 산림지대의 습지, 계곡 또는 하천 주변 초지, 경작지, 논, 물웅덩이에서 서식합니다. 주 먹이원은 파리, 모기, 메뚜기와 같은 곤충류인데요, 지렁이나 민달팽이도 먹습니다. 전체 먹이의 95%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곤충을 사냥하기에 가장 좋은 도구는 바로 혀입니다. 개구리의 혀는 끈적끈적하면서도 신축성이 뛰어나며 아래턱 입 안쪽에 붙어 있습니다. 혀의 크기나 길이는 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혓바닥을 자신의 몸길이에 가깝게 늘릴 수 있습니다. 먹이를 향해 늘어났던 혀가 입안으로 돌아오면 쉽게 사냥에 성공하는 것입니다.
번식기가 되면 수컷 개구리들은 울음주머니를 이용해 종 특유의 울음소리를 냅니다. 그 울음소리를 듣고 암컷이 찾아와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게 되는데요. 알은 보통 물속에 낳는데 종마다 개수는 천차만별입니다. 30~40개의 알을 낳는 개구리도 있는 반면 많게는 6,000~4만개의 알이 붙어 있는 알덩이(알집) 형태로 낳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개구리는 알, 올챙이(유생), 성체의 단계를 거칩니다. 물속에서 알로 태어난 개구리는 올챙이가 되면 어류처럼 아가미로 호흡하며 지느러미를 이용해 헤엄을 칩니다. 성체가 되면 아가미와 지느러미가 사라지고 다리가 생기며 허파가 발달해서 땅 위에서 호흡할 수 있게 됩니다.
환경변화와 오염 등으로 급감하는 개구리
개구리는 환경변화에 민감한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실제 1980년 이후 122종의 양서류가 멸종됐고, 지금은 전체 양서류 약 4,500종 가운데 3분의 1이 멸종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개구리는 동면 중 일시적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면 봄으로 착각해 동면에서 깨어나 알을 낳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시 평년 기온을 회복하게 되면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나 알은 얼어 죽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무등산국립공원에서는 2014년 1월말부터 2월초까지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많은 북방산개구리들이 산란을 했는데 2월 3일부터 6일까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수위가 낮은 곳에 산란된 알들은 꽁꽁 얼어붙은 채 발견됐습니다.
이렇듯 기후변화로 인해 산란일이 빨라졌다가 추위가 다시 찾아오게 되면 개구리의 개체 수는 감소하게 됩니다. 개구리를 먹이로 하는 파충류, 맹금류, 족제비류 등에도 영향을 주게 되어 연쇄적인 생태계 변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지역개발로 인해 개구리들의 서식지가 파괴되는 것도 치명적입니다. 아파트와 전원주택이 들어서고 주변에 각종 도로가 생겨나면서 이동을 하는 개구리들의 로드킬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건데요. 보통 로드킬이라고 하면 대부분 포유류나 조류를 많이 떠올리는데 개구리 개체 수 감소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전국 16개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41개 도로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을 분석한 결과 6,121건으로 집계됐는데요 이 가운데 양서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38.8%에 달했습니다. 양서류를 위한 배수로 탈출시설과 생태통로 등 로드킬을 줄이기 위한 시설들을 설치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때문에 봄철 짝짓기와 산란을 위해 이동하는 개구리와 두꺼비들이 도로 위에서 떼죽음을 당하기도 하죠. 포유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탓에 운전자조차도 로드킬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 죽음은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환경변화와 서식지 파괴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한 양서류들은 멸종위기종으로 보호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개구리는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보호를 받고 있는 개구리는 금개구리, 수원청개구리, 맹꽁이가 있습니다. 수원청개구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금개구리와 맹꽁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는데요. 이들이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보호 받게 된 것은 기후변화와 서식지의 급격한 도시화, 공업과 농업을 위한 살충제 사용이 피부와 폐로 호흡하는 개구리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즘엔 시멘트로 조성된 농수로와 논둑에 뿌려지는 살충제와 제초제가 그곳에서 겨울잠을 자는 수원청개구리에게는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또 수원청개구리는 전국적으로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 교란종인 황소개구리와 서식지가 겹치는데요. 황소개구리가 수원청개구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보니 황소개구리가 있는 곳에 사는 수원청개구리는 황소개구리가 없는 곳에 사는 수원청개구리보다 항아리곰팡이병 감염률이 2.5배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항아리곰팡이병은 양서류의 피부에 기생해 케라틴을 먹고 사는데 케라틴은 동물의 피부 가장 바깥쪽을 구성하며 안쪽의 세포들을 보호하는 조직입니다. 피부호흡을 하는 양서류에게 케라틴이 없어진다는 것은 치명적일 수 밖에 없고 항아리곰팡이에 감염된 양서류는 90% 이상이 질식사로 폐사하게 됩니다.
금개구리는 비슷하게 생긴 참개구리에 비해 점프 실력이 형편 없는데요, 활동영역과 이동거리가 그만큼 짧습니다. 때문에 천적이 와도 빨리 도망가지 못하고 시야가 좁아서 근처의 먹잇감도 잘 사냥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는데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더욱 설 곳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맹~꽁! 맹~꽁!’하며 우는 맹꽁이는 주로 땅속에서만 지내다 밤에 나와 활동하고, 장마철에만 주로 출연해서 짝짓기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데요. 도시화와 수질오염으로 점차 수가 줄어들면서 이제는 더욱 만나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개구리들
국제적 멸종위기종 개구리들 가운데 우리에게 친숙한 개구리가 있습니다. ‘우파루파’라고 불리는 멕시코도롱뇽입니다. 우파루파는 일본에서 상업화를 위해 붙인 이름인데요, 본명은 액솔로틀(axolotl)로 ‘물 속에서 논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멕시코도롱뇽은 전 세계적에서 멕시코시티의 소치밀코 호수와 찰코 호수 두 곳에서만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찰코 호수를 없애버렸고 현재는 소치밀코 호수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치밀코 호수조차도 도시화와 수질오염으로 인해 야생에서의 숫자가 매우 줄어들고 있습니다. 개체 수를 처음 조사한 1988년에는 멕시코시티 서식지에서 1㎢에 약 6,000마리가 살고 있었다고 추정되었지만 2015년에는 1㎢당 단 35마리만 발견됐다고 합니다.
멕시코도롱뇽은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귀여운 외모에 뛰어난 재생능력이 더해지면서 지난 10년간 무분별하게 포획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수족관이나 마트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이는 모두 인공적으로 증식한 개체들입니다. 멕시코도롱뇽은 야생 동ㆍ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 협약(CITES)과 세계자연보호 연맹에서 심각한 멸종위기동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습니다.
빨간 눈과 화려한 색을 가진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붉은눈나무개구리도 국립생태원에서 사육하고 있습니다. 이 개구리는 일반인들에게는 낯설 수 있을 텐데요, 국내외 학계에서는 화려한 색상과 더불어 국제적 멸종위기종 Ⅱ급에 해당하는 보호종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붉은눈나무개구리는 독은 없지만 천적을 위협하기 위한 수단으로 몸체에 강렬한 색상을 둘렀습니다. 연두색 피부에 붉은색 눈, 푸른 그물무늬의 옆구리를 가졌고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나무 위에 서식합니다. 낮에는 빛이 들지 않는 나뭇잎 뒤나 나무 사이에서 잠을 청하고 밤에 깨어나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입니다. 재미있는 건, 우리나라 개구리들과는 다르게 위협이 가해지거나 빠르게 이동을 할 때에만 점프를 하고 보통은 두꺼비처럼 걸어서 이동한다는 점입니다. 사냥을 할 때에도 나뭇가지 위를 걸어서 먹이에 접근하고, 혀를 내미는 대신 입으로 물고 앞다리를 이용해 입으로 밀어 넣는 식으로 먹이 사냥을 합니다.
붉은눈나무개구리의 고향은 매우 습하고 더운 중앙아메리카의 열대 우림입니다. 나무를 수월하게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몸체에 비해 다리가 길게 발달한데다 발가락에 빨판이 있어 젖은 나뭇잎이나 가지 등에 붙어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육식성으로 귀뚜라미, 파리, 나방 등 작은 곤충을 잡아먹으며, 수컷은 약 50㎜, 암컷은 70㎜까지 자라납니다.
개구리들과 오랫동안 함께하기 위한 방법
환경오염과 서식지 파괴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양서류들을 보전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인공번식이 꼽힙니다. 양서류는 인공사육 환경에서 관리와 번식이 어렵습니다. 때문에 번식과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 조성과 영양 관리 등 관리기법을 새롭게 시도하고 번식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요.
우기에 번식하는 일부 양서류들의 경우, 생태습성을 고려하여 인공강우시설을 조성해 번식을 유도하기도 하고 빠른 성장속도를 고려해 알, 올챙이, 새끼 개구리의 단계별 공간 분리로 생존율을 높이는 전략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개구리 보전을 위해 필요한 건 생태통로 등을 확보해 로드킬을 막고, 살충제 사용 등을 줄이는 등 서식지 보전에 힘쓰는 것부터가 아닐까요.
이종현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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