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재차 기각했다. 검찰이 추가 요청한 자료에 있어서도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수사가 차질을 빚게 됐다.
2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전날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지시 또는 보고 등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아울러 대법원 1차 조사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핵심 인물로 밝혀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의혹 문건 2만여개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 김모 전 심의관 등의 자택 및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또한 “지난번 영장 기각 때와 사정변경이 없다”는 취지로 기각했다. 검찰은 전ㆍ현직 법관 수십명의 이메일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전조치영장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결국 법원은 임 전 차장의 사무실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영장만 발부했다. 법원은 앞서 23일에도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주거권을 침해할 만큼 혐의 소명이 되지 않았다”며 대부분 기각하고, 임 전 차장에 대한 압수수색만 허용했다. 검찰은 당시 발견된 임 전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긴 문건 수천건을 바탕으로 소명자료를 보강했지만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검찰은 “앞서 디가우징(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복구 불가능하도록 자료를 완전히 지우는 것) 처리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의 하드디스크가 완전히 훼손돼 복구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영장 기각에 반발했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기획조정실을 제외한 사법정책실ㆍ사법지원실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인사자료, 재판 관련 자료, 이메일과 메신저 내역 등을 임의제출할 수 없다고 검찰에 통보했다. 법원행정처는 “현안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에서 만들어진 문건 대부분은 이미 제출한 기획조정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추출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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