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해외 상속자금을 미끼로 30억여원을 빼돌린 신종 국제 사기단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명의 인증서까지 위조해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형진휘)는 지난해 2015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피해자 6명으로부터 30억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사기)로 사기단 국내 총책 이모(62)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자금조달책 이모(66)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도주한 이모(58)씨를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사기단은 해외계좌에 1,000조원 넘는 상속재산이 있는 재력가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거액의 상속세를 내지 않으려면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로비를 해야 한다며, 경비를 빌려주면 수십 배로 되갚아 주겠다고 피해자들을 꾀었다.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미화 1,786억달러(약 200조원)가 찍힌 영국계 은행 잔고증명서, 트럼프 대통령이 은행 펀드 잔고를 인증한다고 돼 있는 미국계 은행 인증서 등을 정교하게 위조하기도 했다.
검찰은 3월 경찰에서 송치된 차용금 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중 피고소인이 국제 사기단의 피해자임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피고소인도 사기 피해에 따른 추가 경비를 마련하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기존의 전(前) 정권 비자금 사기, 보이스피싱 등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유형의 민생침해 범죄인 점, 피해액 중 상당 부분이 해외로 송금된 점 등을 고려해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거액의 피해를 당한 일부 피해자에 대해서는 심리치료 등 피해자 지원을 통해 사회와 가족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며 “국제공조를 통해 미국 등 해외 거주 공범에 대해 계속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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