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서강준과 인간 서강준이 ‘너도 인간이니’의 짠내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지난 24일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에서는 늘 차갑고 삐딱한 말만 내뱉던 인간 남신(서강준)의 복잡하고 안타까운 속내가 내레이션을 통해 밝혀졌다. 동시에 지금껏 인공지능 로봇 남신Ⅲ(서강준)에 비해 철없고 차가운 캐릭터로 비쳤던 남신이 남신Ⅲ와 함께 시청자들의 안쓰러움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남건호(박영규)로부터 엄마 오로라(김성령)를 지키기 위해 약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무서움도, 외로움도 홀로 견딘 남신. 그가 잘못할 때마다 건호는 되레 지영훈(이준혁)을 호되게 혼내며 남신을 미안함과 두려움에 빠뜨렸고, 이러한 이유로 남신은 마음과 달리 날선 말로 자신의 진심을 숨겨왔다. 엄마를 만나 아버지 남정우(김승수)의 죽음과 관련된 석연치 않은 점을 확인할 날만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하지만 “엄마도 그동안 날 애타게 기다렸을 테니까”라는 바람, 그리고 외로웠던 자신과 달리, 오로라 옆에는 남신Ⅲ가 있었다. 게다가 인간이 아닌 로봇 남신Ⅲ에게 정을 떼기 위해 애써 모진 말을 퍼붓는 오로라는 엄마를 기다렸던 남신을 더욱 허망하고 허탈하게 만들었다.
“본부장님은 걔가 왜 그렇게 싫어요?”라는 강소봉(공승연)의 물음에 “어느 날 너랑 똑같은 게 나타나서 니 옷을 입고, 너처럼 행동하고, 니 아빠를 뺏어가. 다들 너보다 걔가 낫대. 그러면 좋겠냐고”라며 반문한 이유였다.
20년간 엄마를 그려왔지만, 남신Ⅲ의 존재 앞에서 상실감에 빠진 남신은 소봉과 보통 연인들처럼 행복해지고 싶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가득한 남신Ⅲ이다. 과연 이들은 시청자 모두가 바라는 대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두 남신의 이야기로 남은 전개에 기대와 궁금증을 증폭시킨 ‘너도 인간이니’는 30일 오후 10시, KBS2에서 방송된다.
강기향 기자 gihyang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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