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미국에 약속한 서해 탄도미사일 발사장의 해체를 진행 중인 것으로 관측됐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협상의 판을 깨지 않고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미국도 종전선언 등 북미 정상 사이에 약속한 이행 조치로 호응해서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으로 진입하기를 기대한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에 따르면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위성발사장’의 주요 시설을 해체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은 약 2주 전부터다. 38노스는 위성사진 판독을 통해 로켓엔진 시험대 등 발사대를 제외한 대부분 관련 시설이 철거된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때처럼 대대적인 이벤트로 선전하지 않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 직후부터 조용하게 발사장 폐기를 진행하고 있는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을 자발적으로 해체하는 것은 북미 정상 간 합의를 준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어서 좋은 징조가 아닐 수 없다. 대북 안전보장 및 관계 정상화 조치에 미온적인 미국을 압박해 종전선언 등 상응조치를 이끌어내겠다는 포석도 무시할 수 없다. 북한이 발사장 시설 중 실험장 해체 장면을 미국 위성에 사실상 노출시키면서도 핵심 시설인 발사대를 철거하지 않은 데서는 미국의 상응조치와 연동시키겠다는 의도 또한 엿보인다.
북한의 합의 이행 조치에 이제는 미국이 답할 차례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 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미군 전사자 유해송환 협상에 적극 임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비핵화만 외치며 합의 이행에 소홀한 게 사실이다. 특히 북한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까지 나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위한 사전조치로 연내 종전선언을 주장하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도리어 미국 안팎을 겨냥해 ‘대북제재 주의보’를 발령하는 등 압박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신고ㆍ검증 등 비핵화 로드맵에 소극적인 북한의 시간 끌기 작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이해 못 할 바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는 북미 후속 협상의 교착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미국은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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