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가 지난해 3월 작성한 계엄령 검토 세부 문건의 위험성이 과소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서 청와대가 공개한 ‘계엄령 검토 세부 문건’에 대한 구체적 분석 내용을 발표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전날 저녁 문서의 기밀이 해제되면서 각종 언론에서 보도를 했지만 기존의 계엄 실무 편람과 비교했을 때 정확히 어떤 점이 문제인지, 그 심각성이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먼저 “해당 문건은 법령의 ‘군사에 관한 사항’이라는 점을 계엄사령관 전권 판단 사항으로 보는 등 전반적으로 법령을 확대 해석하고 있다”며 “벌어지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 건의문을 이미 완성해 두고, 주관적 판단 기준으로 계엄 선포 명분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은 계엄이 필요하다고 정부가 판단해 명령을 내리면 수행하는 존재일 뿐인데 군이 계엄의 주체로 자신을 스스로 상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소장은 특히 '대통령 지휘·감독 때 계엄 지휘·감독 체계'에 따르면 대통령이 계엄사령관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명시된 점을 들어 “대통령의 행동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볼 때 대통령 결재를 받아야 하는 사안으로, 문서의 최종 보고 체계를 추정해볼 수도 있다”고 대통령의 문건 인지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건에서 언급되는 합동수사본부가 과도한 장악력을 갖는 것의 위험성이 지적되기도 했다. 김정민 변호사는 “애초 합수부는 비상계엄 시에도 반드시 설치할 필요는 없는 기관인데, 이번 문건에서는 합수부가 주도가 돼 언론을 통제하고 국정원까지 장악하는 형태의 광범위한 장악이 계획돼 있다”며 “합법적인 계엄은 사령관에게 실시 권한은 주지만 직할 부대는 주지 않는다. 그런데 이 문건에는 특전사를 직할 부대로 두고 전국 지역계엄사령관들을 무장해제시키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이는 기존 계엄 실무 편람에는 없는 내용으로 굉장히 위험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이어 임 소장은 “합동수사본부의 역할을 비대하게 설정하고 있는 것은 12ㆍ12 사태와 비슷한 모습”이라며 “이는 명백하게 헌정 질서 유지·회복을 위한 대응이 아니라 무력을 사용해 국가권력의 진공상태를 만들어두고 누군가 그 무주공산에 올라가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그러면서 “문건에서는 또한 시위 가담자나 주동자들은 대공분실에서 수사 받도록 적시하고 있는데, 왜 굳이 각 관할 경찰서가 아닌 과거 고문과 가혹행위가 있었던 대공분실로 집결시키는지 그 의도가 의심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는 당초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개로 드러난 8쪽 분량의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하 수행방안)’ 문건 외에 ‘대비계획 세부자료’의 일부 내용을 20일 공개했다. 이어 23일에는 국회 보안심사위원회의를 거쳐 2급 기밀문서로 분류돼 있었던 문건의 보안을 풀고 전체 공개했다. 계엄 선포 이후 군의 행동계획을 담은 67쪽 분량의 해당 문건에는 ▦국가정보원 동원 및 언론 통제 계획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고려한 계엄해제 표결 무산 방안 ▦광화문과 여의도에 대한 계엄군 투입 계획 등 계엄 선포 시 조치 사항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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