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부속 시설들 해체 정황”
38노스도 위성 사진 판독 발표
“北, 2주 전부터 작업 시작한 듯”
종전선언 상응 북한 이행 조치
“북미 교환 각본 정리 가능성” 분석
한국전쟁 종식 선언이 임박했다는 신호일까.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착수 정황으로 보이는 북한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 시설 폐기는 북한이 최근 대미 협상 때 조기 종전선언 상응 조치로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한 의제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24일 “북한이 20일과 22일 서해위성발사장의 발사대에 세워진 대형 ‘타워 크레인’을 부분 해체한 정황이 식별됐다”고 전했다. 이 발사장에는 67m 높이의 발사대가 서 있고, 장거리 로켓 설치와 발사대 보수 작업 등에 쓰이는 대형 크레인이 발사대에 장착돼 있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 발사대를 제외한 다른 시설이 사실상 모두 해체된 상태”라며 “다만 전면 해체로 볼 수 있는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도 23일(현지시간)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핵심 시설 해체 시작’ 제하 보고서에서 해당 시설 해체 작업이 시작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 촬영된 위성 사진들 판독 결과를 토대로 북한 군사 문제 전문가인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이 이렇게 평가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20일 찍힌 사진에 발사 직전 발사체를 조립하는 궤도식 구조물과 액체 연료 엔진 개발을 위한 로켓 엔진 시험대 등의 해체 작업을 시작하는 모습이 담긴 데 이어, 이틀 뒤인 22일 사진에서는 건물 한쪽 모서리 부분이 완전히 철거되고 해체된 구조물이 바닥에 놓여 있는 장면이 확인됐다. 38노스는 “해체 작업에 상당한 진척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체 작업은 2주 전 시작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들을 만난 청와대 관계자는 ‘38노스 보도에 대해 보고된 게 있느냐’는 질문에 “아침에 현안점검회의에서 관련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발사장 해체 동향을 파악했다는 언급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해위성발사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곧 파괴하겠다’고 약속한 미사일 엔진 시험장으로 미 언론들이 지목해 온 곳이다. 38노스는 해체 동향에 대해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약속을 이행하는 중요한 첫 단계”라고 평가했다.
청와대도 해당 동향과 관련해 “비핵화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좋은 징조이고 비핵화를 위해 차곡차곡 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이렇게 말했다. 남 차장은 “북한이 항간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이벤트로 만들지 않고 진행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북한 나름대로 시기를 조절하기 위한 것인지 그 의도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해체 작업 돌입이 사실이라면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 교환 방식을 놓고 협상 중인 북미 간에 신뢰 구축을 위한 상호 초기 이행 조치를 언제 어떤 식으로 주고 받을지에 대한 합의가 대략이나마 이뤄졌을 개연성이 있다.
앞서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 직후인 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다방면 교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조기 종전선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산 중단의 물리적 확증을 위한 대출력발동기(엔진)시험장 폐기 ▦미군 유해 발굴 등의 동시 논의를 제의했다고 밝혔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는 종전선언에 대응하는 북한 카드”라며 “정교하지는 않아도 북미가 이행 조치들을 어떻게 교환할지에 대한 각본이 정리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랑이 중일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발사대를 남겨놓은 채 종전선언이든 제재 완화든 대가를 요구하고, 미국은 완전 해체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일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5년 말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발사대를 50m에서 67m로 증축했고, 이듬해인 2016년 2월 7일 장거리 로켓(미사일)에 위성체를 탑재한 ‘광명성 4호’를 발사한 바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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