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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여의도ㆍ용산 개발 발표한 박원순 작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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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여의도ㆍ용산 개발 발표한 박원순 작심 비판

입력
2018.07.24 04:40
수정
2018.07.25 17:48
8면
0 0

“대규모 개발 좌초땐 파급 커

정부와 논의 후 진행해야” 일침

지자체장 겨냥한 경고 해석

박 시장 발언 후 여의도ㆍ용산

호가 최대 2억까지 오르기도

“여의도를 통째로 재개발하고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 철로는 지하화한 뒤 지상은 마이스(MICEㆍ회의 관광 전시 이벤트 시설) 단지와 쇼핑센터, 공원 등으로 개발하겠다.” (지난 10일 박원순 서울시장)

“대규모 개발 계획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사업이 좌초됐을 때 파급도 적지 않은 만큼 중앙정부와 긴밀히 논의한 뒤 진행돼야 한다.” (2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국토부와 서울시가 여의도ㆍ용산 통합 개발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김 장관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서 “도시계획은 시장이 발표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진행되려면 국토부와 긴밀한 협의 하에 이뤄져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법령 준수 등이 함께 이뤄져야 현실화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는 같은 당 소속인 박 시장의 여의도ㆍ용산 개발 계획에 사실상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 10일 싱가포르에서 여의도를 신도시급으로 통합 개발하는 한편 용산엔 대형 광장을 조성하고 서울역~용산역 철도는 지하화한 뒤 지상엔 복합단지를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김 장관이 박 시장의 계획에 일침을 가한 것은 박 시장의 발표가 부동산 시장을 들쑤셔 놓고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이날 “박 시장의 발언이 부동산 시장에 미친 영향이 있느냐”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작심한 듯 “(발표 이후) 여의도와 용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부동산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그 동안 잠잠하던 여의도와 용산 일대 아파트 가격이 출렁이며 전체 부동산 시장까지 들썩이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16일 기준) 여의도가 있는 영등포구의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0.24%로, 서울에서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용산구도 전주 0.12%에서 0.20%로 오름폭이 확대됐다. 강남(-0.05%) 서초(0.01%) 송파(0.04%)구 등 전통적으로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던 강남3구의 집값이 안정적인 것에 비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여의도 주요 단지는 박 시장 발언 이후 호가가 최대 2억원까지 올랐다. 7월초 13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광장아파트(전용면적 135㎡)는 박 시장 발표 후 1억2,000만원이 오른 15억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목화아파트(89㎡) 호가도 이달 초 12억원에서 최근 14억원까지 기록했다.

용산도 비슷한 분위기다. 이촌동 대림아파트(84㎡) 매물 호가는 한 달 여전보다 1억원이 오른 15억원에 형성되고 있다. 역대 최고가다. 북한강성원아파트(59㎡)도 1억5,000만원이 오른 12억원까지 매물이 나왔다. 여의도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박 시장이 3선 당선 후 처음으로 내 놓은 개발 계획이다 보니 투자자들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후암동 98.2㎡ 단독주택 경매에는 응찰자가 무려 105명이나 몰리기도 했다. 이 주택은 감정가의 229%인 6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대규모 개발 사업은 모든 준비가 갖춰졌을 때 발표돼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나오면서 호가만 오르고 있다”며 “집값 안정을 도모하고 있는 정부 정책 방향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날 김 장관의 발언을 박 시장뿐 아니라 중앙 정부와 협의도 없이 각종 개발 계획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을 겨냥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김 장관이 그 동안 여의도ㆍ용산 개발과 가덕도 신공항처럼 같은 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나 확정된 정부 정책을 바꾸려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불만이 컸다”고 말했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 대응을 내 놓지 않았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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