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제2의 개성공단’ 부지로 남포와 평양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남북 경협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리 정부가 북한에 추가 산업단지 개발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남북개발협력 대비 북한 건설인프라 상세현황 분석 및 LH의 참여전략 도출’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원은 개성공단 이후 북한지역 산업단지 개발의 1순위 지역으로 남포특별시와 평양직할시를 꼽았다. 두 곳은 북한 도시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고, 외부와 연계성이 좋고 전력 공급이 비교적 원활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순위는 평안북도 신의주와 강원(북측 지역) 원산, 3순위는 금강산 지역이 각각 지목됐다.
연구원은 새로운 공단 조성에 있어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개성공단 부지 조성의 전례에 따라 LH가 북측으로부터 토지 이용권을 받아 개발하되, 초기에는 저렴한 공업용지 위주로 공급하다가 점차 개발이익을 반영한 시장가격으로 상업용지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다. 북한이 여전히 개방에 대한 자신감이 약하고 기반시설도 부족한 만큼 공단 조성에서 도시ㆍ지역 개발로 순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원의 논리다.
연구원은 개성공단과 비슷한 규모의 공단 3곳을 개발할 경우 북한 국내총생산(GDP)이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개성공단 1단계(3.3㎢) 개발 당시 40%가량의 시설만 운영됐던 2014년에도 북한 GDP 31조원의 1.7%에 해당되는 5,000억 원의 생산이익이 발생한 바 있다. 연구원은 “개성공단 운영 경험에 비춰 볼 때, 3개 공단이 추가로 완전히 가동될 경우 3조원 이상의 생산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북한의 50만 이상 도시가 평양 등 4곳에 머무르는 등 북한의 산업단지 개발 여력은 여전히 크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 역시 “보고서에 유의미한 분석이 전제된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북한 내 공단 개발에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현재 동해선 철도 단절구간 및 경의선 고속도로 남측구간의 연결을 위해 남북 공동점검이 진행되고 있다”며 “(제2의)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정부 부처나 북한과 협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LH 관계자도 “LH는 정책을 결정하는 곳이 아니라 집행을 하는 공기관”이라며 “향후 보고서 내용을 실무적으로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 특정 지역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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