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 열린 지난 11일
트럼프 “美-EU 협상” 주장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응수
“저도 ‘거래의 기술’을 읽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진 별도의 양자회담에서 이런 말을 던졌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이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자 “노(NO)”라고 하면서 꺼낸 언급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를 거론하면서 그의 협상 기술을 알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를 얻기 위해선 우선 우리도 (미국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가 22일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두 정상간 일화다. 악시오스는 이 사례를 전하며 “세계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기술을 이용해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등 각종 위협 무기를 동원해 협상의 레버리지를 높이는 데 대해 세계 각국도 트럼프 방식을 차용해 응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철강 알루미늄 고율 관세 부과에 맞서 할리 데이비슨, 리바이스 등 미 정계 지도자들의 지역구 대표 회사들을 겨냥한 보복 관세 조치를 취하고 있다. EU는 트럼프 대통령이 휘저었던 나토 정상회담 이후에 미국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구글에 대해 불공정 행위를 이유로 43억 4,000만 유로(5조7,1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미국의 동맹국들도 트럼프 협상 기술을 차용해 미국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응수하고 있는 셈이다. 악시오스는 이 같은 교훈을 가장 잘 흡수한 쪽은 중국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대해 중국도 맞대응식 보복 조치에 나서 전면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무역전쟁 중인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예고대로 500억달러 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중국도 똑같이 미국산 제품 500억달러 어치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맞불을 놓았다. ‘거래의 기술’은 1987년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인 토니 슈워츠와 함께 저술한 자서전으로 당시 사업가로서의 성공비결을 이 책에서 소개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